[르포] G20 정상회의 개최 하루 앞둔 뉴델리는 '철통 보안'

입력 2023-09-08 17:38  

[르포] G20 정상회의 개최 하루 앞둔 뉴델리는 '철통 보안'
도로 곳곳에 경찰과 군인 배치…일부 군경은 소총도 소지
도로과 주변 환경 '깨끗'…준비과정서 취약계층 '홀대' 아쉬움도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오전.
회의가 열릴 인도 수도 뉴델리 시내의 '프라가티 마이단' 1번 게이트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뉴델리에서 가장 큰 전시·컨벤션 시설인 프라가티 마이단은 인도 상공부 산하 인도무역진흥기구가 소유·관리한다.
G20 정상회의는 프라가티 마이단 안에 있는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9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린다.
50대로 보이는 한 경비원은 1번 게이트에서 트럭 등 차량 검문을 하고 있었다.

뻔한 질문이지만 검문은 왜 하느냐고 물었더니 "G20 정상회의 보안을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툰 영어 표현이었지만 알아듣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1번 게이트 주변에 배치된 경찰에 접근했더니 "이 지역은 통제돼 있고 와서는 안 되며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된다"고 책임자급 경찰이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 특파원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행사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는 '덕담'을 건넸다.
그랬더니 말문을 조금 열었다.
"G20 정상회의라는 국가적 행사가 뉴델리에서 열려서 기쁘다"고 했다.
서방 언론 등에서 시내 슬럼가 사람들이 G20 정상회의 때문에 쫓겨났다고 보도된 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그런 부분을 이야기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정답'을 말했다.

그러고서 자리를 뜨려는데, 그 책임자급 경찰이 기자에게 이름을 알려달라고 해 수첩에 영문명을 적어 보여줬다.
이어 타고 온 자동차로 인근 인디아 게이트로 향했다.
프라가티 마이단 일대에는 일반인 차량과 시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텅텅 빈 도시나 마찬가지였다.
도로 곳곳에는 경찰과 군인이 서 있었고, 일부 경찰과 군인은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2008년 남부 뭄바이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이번 행사에서도 특별히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뭄바이 테러는 파키스탄 테러단체가 2008년 11월 26일부터 나흘간 호텔 등에서 테러 공격을 가해 미국인 6명을 비롯해 166명이 숨지고 308명이 다친 참사다.
인도로서는 카슈미르 영유권 문제로 전쟁까지 벌인 파키스탄이 명백한 적국이다. 국경 문제로 갈등을 겪는 중국도 적대국이기는 마찬가지다.
인디아 게이트 부근 도로에서 간단한 경찰 검문을 받았다.
인디아 게이트 주차장 입구에 이르러서는 경찰이 검문하려다가 그냥 가라고 했다. 자동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 등 취재를 하는데, 멀리서 경찰 2명이 기자를 불러 세웠다.
여기서도 사진을 찍으면 안 되고 걸어 다닐 수 없다고 했다. 특파원임을 밝혔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구걸하듯 사진 한 장을 찍겠노라고 허락받았다.

자신의 이름을 기사에 써도 좋다는 '시브지트 수하그'란 이름의 경찰관은 "특별 신분증 카드를 가진 보안요원만 여기(인디아 게이트)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으로 참전해 전사당한 이들을 기리는 인디아 게이트는 평소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다. 관광명소이지만 이날은 일반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보안요원과 경찰만 보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리 경찰 8만명 가운데 절반이 G20 정상회의 관련 근무에 투입됐다.
인디아 게이트 부근의 유명상가 '칸 마켓'에도 가봤다.
가게는 모두 문을 내린 상태였다. 이날부터 사흘간 영업을 중단한다고 했다.
칸 마켓 입구 초소에 근무하는 경찰관 T. 파이오벤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잘 모르지만 (G20 정상회의가 열려) 기쁘다"고 했다.
이어 프라가티 마이단에서는 좀 벗어난 마유르 비하르 지역으로 이동했다.
도로에 자동차를 세우고서 행인 세 명에게 G20 정상회의에 관해 임의로 질문을 던져봤다.
돌아온 답은 잘 모르겠다거나 관심 없다는 것이었다.
행인들은 젊은이 2명과 중년의 노동자였다.
인근의 한 호텔 직원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그 직원은 "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며 도로도 정비하고 환경도 미화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회의 준비 때문에 쫓겨난 슬럼가 주민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서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슬럼가 주민들이 쫓겨나고 노숙자들이 강제 이동되는 현상은, 2010년 뉴델리에서 영연방경기대회(코먼웰스 게임)가 개최될 때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뉴델리 도심을 자유롭게 다니던 소와 개들이 쫓겨났다. 그 후 도심에는 소가 거의 사라졌고 개는 요즘도 종종 보인다.
인도 연방정부와 델리 주 정부는 이번 행사 준비를 위해 도로포장 등 정비를 하고 유적지를 보수했다.
특히 교각이나 지하도 벽면 등에는 인도 역사와 관련된 중요 인물이나 상징물을 그렸다.
도시 인프라 개선작업을 제외하고 환경미화 작업에만 100억 루피(약 1천600억원)가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이번 G20 정상회의를 인구 세계 1위로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나라, '글로벌 사우스'(지구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 통칭)를 대변하는 맹주의 이미지를 한껏 홍보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인도 정부가 이번 정상회의를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기회로 삼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도로 정비 등은 뉴델리 시민이나 관광객들을 위해서도 좋다.
다만 행사 준비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yct94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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