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피해 마라케시는 중세 고도…할리우드 단골 촬영지(종합)

입력 2023-09-09 17:54  

모로코 강진피해 마라케시는 중세 고도…할리우드 단골 촬영지(종합)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1세기 건설된 중심지로 이슬람권에 영향
'왕좌의 게임' '미션임파서블' 등 촬영…백종원 프로그램도 촬영



(서울·런던=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최윤정 특파원 =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덮친 규모 6.8 강진으로 중세 시절 건설된 역사 유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고도(古都) 마라케시가 큰 타격을 입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늦게 마라케시 남서쪽 70여㎞ 지점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마라케시 구도심 메디나에서 일부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6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서쪽 끝에 있으며, 지중해와 대서양과 맞닿아있지만 내륙은 험준한 산악 지대로 이뤄져있다.
면적 약 44만6천㎢에 인구 3천700만명 규모이며 수도는 라바트다. 이번에 주요 도시 중 가장 큰 지진 피해를 겪은 마라케시의 인구는 약 110만명이다.
아랍, 베르베르, 유럽, 아프리카의 영향이 혼합된 문화로, 언어도 아랍어, 베르베르어, 프랑스어 등이 사용되고 종교는 이슬람교가 다수다.

프랑스 보호령이었다가 1956년 독립했으며, 1999년 즉위한 모하메드 6세 국왕이 국가 원수로 있는 입헌군주국이다. 2021년 총선에서 자유주의 성향 독립국민연합(RNI)이 승리하며 석유·가스 및 통신 재벌 출신 아지즈 아카누치가 총리직에 올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기준 약 3천500달러다.
모로코 북부는 지질학적으로 불안정한 지대에 있어서 지진이 종종 발생하며 2004년 알 호세이마 지역에서 600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모로코 중부에 위치한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대표적인 역사 도시로, 모스크와 궁전 등 많은 중세시대 문화유산이 보존돼 있고 광장에 있는 전통시장 등 볼거리가 많아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도시다.
마라케시는 북부·서부 아프리카 일대에서 쓰이는 베르베르어로 '신의 땅'을 뜻하는 이름이다. '모로코'라는 국명의 어원이기도 하다.
옛 시가지 메디나는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 설명에 따르면 마라케시는 베르베르인의 알모라비드 왕조가 1070년~1072년 사이에 건설한 도시로 오랜 기간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였으며 북아프리카에서 안달루시아에 이르는 서부 무슬림 지역 전역에 영향력을 미쳤다.
쿠투비아 모스크와 성벽, 정원, 반디아 궁전, 자마 엘 프나 광장 등 많은 건축·문화 유산이 있다.
마라케시는 할리우드 영화·드라마 단골 촬영지로도 꼽힌다.
미국 영화 사이트 IMDB에 따르면 '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 '미이라' '섹스앤더시티2',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이 촬영됐다. 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해마다 마라케시 국제영화제가 열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백종원이 제마엘프나 광장의 시장에서 한식을 판매하는 모습이 방송을 탄 바 있다.
마라케시는 뛰어난 풍광과 아프리카와 유럽의 교차로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다수의 중요한 국제회의를 유치하기도 했다.
다음달 9~15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진 여파로 행사에 차질을 빚게 될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무역기구(WTO) 설립의 토대가 된 협정이 논의된 곳도 마라케시여서 1994년 4월 채택된 이 협정은 '마라케시 협정'으로 불린다.
이날 지진으로 마라케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고 있는 동영상들을 보면 붉은 빛의 옛 성벽 일부 구간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것이 보이며, 거리에는 돌무더기가 널려 있는 상태다.

한 영상을 보면 이 일대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12세기 건물인 쿠투비아 모스크 인근에서 놀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모로코 현지 매체는 이 모스크도 지진으로 파손됐다고 전했으나 어느 정도로 손상됐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 모스크의 69m 높이 탑은 '마라케시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이드 와지즈 하산은 "마라케시 구시가지에 빽빽이 늘어선 일부 민가가 붕괴됐다"며 "중장비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일일이 손으로 잔해를 치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브라힘 힘미는 "많은 건물 외관이 파손돼있고, 구급차들이 구도심에서 나오는 것도 봤다"며 "사람들은 혹시 여진이 덮칠까 봐 밖으로 나와 지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후다 하프시는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며 "아직 아이들과 거리에 머물고 있고, 너무 무섭다"고 호소했다.
달리아 파헴은 집에 금이 가고 가구들이 부서졌다면서도 "지진이 났을 때 다행히 나는 아직 잠들지 않은 상태였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지인들은 지진 직후 잔해와 먼지투성이로 변해버린 마라케시 거리 곳곳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한 영상을 보면 쿵쿵거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던 한 식당에 들렀던 관광객들은 진동이 느껴지자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해 밖으로 대피하기도 한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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