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안전한 줄 알았는데…천천히 시한폭탄 된 역단층대

입력 2023-09-12 15:40   수정 2023-09-12 16:57

[모로코 강진] 안전한 줄 알았는데…천천히 시한폭탄 된 역단층대
한해 3.6㎜ 속도로 두 지각판 충돌…"움직임 느린 탓에 위험성 못 느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지난 8일(현지시간) 모로코 중부 산악지대를 덮쳐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진은 아틀라스산맥을 따라 형성된 역단층대(횡압력에 상반이 위로 올라간 단층대)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모로코 중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아틀라스산맥은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이 맞닿는 선을 따라 솟아나 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선 지금도 남쪽의 아프리카판이 매년 3.6㎜의 속도로 움직여 북쪽의 유라시아판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층이 어긋나는 속도가 한해 50㎜에 이르는 미국 샌앤드리어스 단층 등과 비교하면 꽤 느린 편이지만, 그런 까닭에 오히려 더욱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활동하는 지진지질학자 웬디 보혼은 "지진이 자주 나지 않으면 지진에 버티도록 건물을 짓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로코의 건물 유형들은 토대가 강하게 흔들리는 걸 버티도록 지어지지 않았고, 그런 까닭에 우리가 목도했듯 무너지거나 파손될 가능성이 컸던 것"이라면서 "지진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건물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모로코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사례는 주로 지중해와 가까운 북부 지역에 몰려 있다.

모로코 중부 아틀라스산맥 일대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는데 그런 까닭에 최근 한 세기 사이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되는 이번 지진에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을 것이란 이야기다.
보혼은 느린 속도일지라도 지층에 지속적으로 에너지가 축적되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서 지진이 발생한다면서 "이렇게 지각판의 움직임이 느리면 지진을 그렇게 자주 겪지 않게 된다. 이건 지진의 위험성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그레나다 대학의 제수스 갈린도-잘디바르 지구역학 교수는 모로코가 2004년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3의 강진이 남긴 피해를 재건하면서 내진 설계를 도입했다면서 그런 까닭에 이번 지진에서 무너진 건물들은 대부분 그 이전 지어진 것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1일 오후 7시 기준으로 2천86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지진은 6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올해 2월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를 수반한 지진이다. 다만, 두 지진 간에 특별한 연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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