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관 "위안부 합의 개정하고 국보법 폐지수순 밟아야"(종합)

입력 2023-09-14 02:25  

유엔 보고관 "위안부 합의 개정하고 국보법 폐지수순 밟아야"(종합)
파비앙 살비올리 특별보고관 보고서 발표…한국 정부 "인권 증진 노력할 것"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리나라를 찾아 과거사 청산 과정을 살핀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 및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제54차 회의를 개최한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일제 시절의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를 채택했지만, 일본과의 양자 협상에서는 피해자 구제에 관한 권리를 효과적으로 증진하기 위한 인권적 접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면서 "일본군 성노예제 생존 피해자들이 국제 기준에 따라 진실·정의에 부합하는 배상과 재발 방지 조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합의를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국가정보원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6월 한국을 방문해 과거사 피해자와 유족 등을 두루 만났다. 방문국의 과거사 청산 과정 전반을 살피고 피해자 권리 증진을 위한 국제적 기준과 권고를 제시하는 게 보고관의 임무다.
방한 당시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제주 4·3 유족, 여순사건 유족, 6·25전쟁납북인사가족회, 대북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관계자 등을 잇달아 만나며 의견을 청취했다.
불법적인 수용 시설에서 인권침해가 자행됐던 형제복지원·선감학원 사건,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사건 등 과거사 문제를 두고 정부 차원의 진실 규명과 피해자 구제, 재발 방지 대책 등이 잘 진행됐는지도 따졌다.
보고서는 "한국이 법치와 민주적 질서를 공고히 하고 과거 심각한 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틀을 채택하는 등 진전을 보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그렇지만 모든 인권침해 피해자가 구제되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임기를 연장할 것, 과거 인권침해 관련 기밀 기록의 공개와 진실규명 기관의 접근을 허용할 것,국가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청구가 소멸시효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고 피해 입증 책임에 관한 정책 변화를 구현할 입법적 조치를 할 것 등을 권고사항으로 담았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뿐 아니라 납북 피해자, 사할린 조선인 등 제3국이 개입한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인권 및 국제인도법 위반에 연루된 제3국 당국이 진실 규명과 사과, 배상을 피해자들에게 제공하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날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의 발표 직후 "한국 내 인권 침해에 대한 관심과 제언에 유의하며 과거 인권 침해를 실효적으로 다루기 위한 법적·제도적 체계를 개선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조치가 한국에서는 지속되고 있다"면서 "2020년 말 출범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 폭력이 결부된 다양한 과거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사는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여타 유엔 회원국과 관여해 나갈 것"이라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서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국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또 "납북자 문제는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 기본 책무와 관련된 사안으로 북한 측에 문제 해결을 지속해서 촉구할 계획"이라며 "한국 정부는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조하에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한일 간 합의를 공식 합의로 존중하되 피해자 명예 회복에 양국이 힘쓰도록 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날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의 합의 개정 권고에도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은 사실상 단독으로 개정할 수 없는 양자 합의와 관련해서는 권고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와 관련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를 하고,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및 인권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언급한 공식 사과는 1993년 일본 '고노담화'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지만, 배상 등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 대사는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그리고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한국 정부는 지속해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천주교인권위원회, 4·9 통일평화재단 등의 단체는 비정부기구(NGO) 대표단을 꾸려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 기간에 정부의 과거사 관련 조치 가운데 미진한 점 등을 공론화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할 계획이다.
예정상 이날 NGO 대표단의 구두 발언 순서가 잡혀 있었지만 회의 일정 때문에 다음 날로 미뤄졌다.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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