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네오위즈 'P의 거짓', 한국 게임의 혁신 DNA 되찾다

입력 2023-09-16 11:00  

[게임위드인] 네오위즈 'P의 거짓', 한국 게임의 혁신 DNA 되찾다
기존 '소울라이크' 게임 요소 차용했지만 독창적 요소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패키지·콘솔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한국산 게임은 한동안 고려 대상 바깥에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강한 BM(수익모델)과 모바일 위주의 생태계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중시하는 게이머들이 한국 게임을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국내 게임사 네오위즈[095660]는 그런 토양 위에서 야심 차게 싱글 플레이 중심의 '트리플A'급 PC·콘솔 액션 게임 'P의 거짓'을 선보였다.
정식 출시를 사흘 앞둔 16일, 얼리 액세스(사전 출시)로 베일을 벗은 'P의 거짓'은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질적으로는 답보 상태인 한국 게임 업계가 잊어버리고 있던 혁신의 DNA를 다시 한번 일깨운 것으로 보인다.


◇ '소울라이크' 게임 공식 계승하되 답습하지는 않았다
P의 거짓은 액션 게임의 하위 장르인 '소울라이크'(Souls-Like)에 속한다.
소울라이크는 일본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다크 소울'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일련의 게임을 일컫는 말로 진중한 분위기와 무거운 타격감, 대체로 어려운 난도 등이 특징이다.
P의 거짓은 기존에 나온 소울라이크 게임의 요소와 레벨 디자인 공식을 모범적으로, 혹은 노골적으로 차용했다.
특히 전반적인 분위기나 조작감은 '블러드본',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등과 유사하다.
과격한 게이머들은 이를 표절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P의 거짓'은 하나의 공식화된 이런 요소를 계승하되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서로 다른 무기의 날과 손잡이를 조합해 나만의 무기를 만드는 요소가 대표적이다.
일부 해외 평론가들은 이런 시스템의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했지만, 이는 데모 버전의 부족한 무기 가짓수 때문에 생긴 오해로 보인다. 일부 손잡이는 길이도 긴데 공격 모션까지 빨라 큰 무기 날과 조합하면 압도적인 성능을 보였다.
이런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자기 성향에 따라 다양한 실험을 하도록 장려하고, 새로운 무기를 얻으면 '어떻게 조합해 활용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 게임플레이 경험을 풍부하게 만든다.
소울라이크는 대체로 어렵고 불친절한 게임으로 통하지만, 'P의 거짓'은 여러 장치를 통해 높은 진입 장벽을 보완한다.
방문하면 이벤트가 일어나는 장소는 순간이동 화면에서 별도의 아이콘을 통해 강조돼 표시되기 때문에 스토리를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또 보스전 도중 사망하면 잃은 아이템을 보스 방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회수할 수 있고, 성능이 높은 '조력자'를 소환해 함께 싸울 수 있다. 대부분의 중간보스전도 너무 어렵다면 '스킵'이 가능하다. 물론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는 전부 잡는 것을 추천한다.


◇ '피노키오' 독창적으로 재해석…이야기 전달 방식 돋보여
익히 알려져 있듯, 'P의 거짓'은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를 소재로 하고 있다.
19세기 유럽풍의 도시 '크라트'는 연금술사들이 발견한 신비한 에너지원 '에르고'와 이를 통해 만들어진 일종의 로봇인 '인형'으로 수십 년간 번영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로봇들이 폭주하고 '화석병'이라는 전염병이 창궐하며 몰락하기 시작한다.
장인 '제페토'가 만든 인형 'P'는 지옥도로 변한 크라트의 기차역에서 홀로 깨어나고, 푸른 나비와 함께 나타난 목소리의 인도에 따라 크라트 시에 펼쳐진 비극의 원인을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를 정립한 '다크 소울' 시리즈 전반에 깔린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멸성을 찾는 인간의 고뇌'라고 할 수 있다.
'P의 거짓'은 그런 주제를 정반대로 뒤틀어 '인간성을 자각해 가는 로봇 인형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인형들은 일종의 '로봇 3원칙'인 '위대한 약속'에 따라 거짓말을 할 수 없지만, P는 유일하게 인간의 전유물인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인형이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중요한 순간마다 거짓말을 할지, 진실을 이야기할지 양자택일의 상황에 여러 번 놓인다.
P는 거짓말을 하거나 인간이 할 법한 행동을 취할 때마다 조금씩 의미심장한 심장의 고동, '에르고'의 속삭임, 온기를 느끼면서 인간성을 자각한다.
원작 동화처럼 주인공의 코가 길어지지는 않지만, 결과가 누적되면 시각적으로도 깜짝 놀랄 변화가 일어난다.
방대한 설정과 깊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제작진의 노력도 돋보인다.
모호한 스토리텔링 때문에 분위기를 소비하는 게임에 가까웠던 기존의 소울라이크 게임들과 달리, 'P의 거짓'은 등장인물의 대사와 곳곳에 떨어진 책, 메모 등을 통해 스토리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등장인물 간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도 있어 평면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 더 많은 'P의 거짓' 국내 게임업계서 나올 수 있을까
한국에서의 높은 기대와 달리, 이미 소울라이크 장르가 익숙한 해외 게이머들은 'P의 거짓'의 등장에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게임 종합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P의 거짓'은 지난 14일 사전 리뷰 엠바고가 해제된 이후 80점대 초반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소한 평작 이상이라는 지표지만, 지난해 유럽 게임쇼 '게임스컴' 시상식 3관왕 수상으로 생긴 기대감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질 만한 점수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중견 게임사가 처음으로 도전한 블록버스터급 게임이 이 정도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여전히 고무적이다.
얼마 남지 않은 정식 발매 전까지 'P의 거짓' 흥행 여부를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세계 시장에 국내 제작진의 역량을 각인시켰다는 면에서 의의가 크다.
'P의 거짓' 제작 과정에서 쌓인 콘솔 게임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차기작 개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성공적인 기존 게임의 요소를 대거 빌려 오면서 대작 게임 개발에 첫발을 디딘 'P의 거짓'의 도전은 일반적인 후발 주자의 전략이자, 공교롭게도 20년 전 넥슨이나 엔씨소프트[036570] 같은 기업들이 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과포화된 국내 시장 바깥으로 눈을 돌리며 해외 PC·콘솔 게임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국내 게임 업계의 눈이 'P의 거짓'에 쏠려 있는 이유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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