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 야당, '애국자만 출마' 구의회 선거에 후보 내기로

입력 2023-09-21 12:38  

홍콩 최대 야당, '애국자만 출마' 구의회 선거에 후보 내기로
민주당, 2021년 의회 선거는 보이콧…엄격한 출마 자격 심사 통과해야
"홍콩이 지금 이대로 끝나는 것 원치 않아"…다른 야당은 대부분 사라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오는 12월 치러지는 구의회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앞서 홍콩 민주당은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를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게 개편한 것에 항의해 2021년 입법회(의회) 선거는 보이콧했다.
그러나 "이대로 홍콩이 끝나게 할 수 없다"며 풀뿌리 구의회 선거에는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21일 홍콩 공영방송 RTHK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 민주당은 당간부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구의회 선거에 도전할 후보 8명을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로킨헤이 주석은 8명이 전현직 구의원이며 최종적으로 선거에 도전할 인원수는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8명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앞서 로 주석은 자신이 구의회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 주석은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당이 홍콩인들을 위해 발언하고 정치 환경을 바꿀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홍콩과 홍콩인의 미래를 위해 입법회 내에서 상식과 논리로 말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홍콩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대로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들이 선거에 자동으로 입후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당국의 엄격한 입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선거에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구의원 선거 입후보를 희망하는 사람은 친중 진영으로 채워진 각 지역구의 위원회 3곳(구위원회·소방위원회·범죄수사위원회)의 위원 최소 9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하며 국가안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중국은 2021년 홍콩의 선거제를 직접 뜯어고치면서 선출·임명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에 나서는 사람은 먼저 공직 선거 출마자격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부 관리들로 구성된 해당 위원회는 '애국자'만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심사한다.
이에 반발해 민주당 등 홍콩 야권은 2021년 12월 치러진 입법회 선거를 보이콧했다.
그 결과 해당 입법회 선거는 시민의 무관심 속 친중 진영만이 참여한 가운데 역대 최저 투표율(30.2%)을 기록했다.
민주당이 당시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자 친중 진영에서는 중국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로 주석은 "당시에는 빠르게 변하는 정치 지형을 파악해 관련 결정을 내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들이 지난 2∼3년간 공개적으로 정치에 대해 말하기를 삼가면서 그들이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이번 구의회 선거 참여로 현재 환경에서 사람들이 여전히 정치에 참여할 의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민주당원이 실제 선거에 후보로 등록하고 최종적으로 승리하기까지는 자격 심사 외에도 험난한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 3년여 후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하지 못했다.
매번 행사 장소로 예약한 식당·호텔들이 직전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일방적으로 장소 대여를 취소하면서 무산됐는데, 그 배경에 정부나 친중 단체의 압력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또한 선거제 개편으로 구의회에서 시민이 직접 뽑는 의석은 직전 선거였던 2019년 전체 의석의 95%에서 19%로 쪼그라들었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며 2019년 11월 선거 때는 선출직 452석(전체의석의 94%), 당연직 27석 등 479석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선출직을 88석으로 대폭 감축하고 대신 정부 임명직 179석, 지역 위원회 3곳이 선출하는 176석, 관료 출신 지역 주민 대표 몫 27석으로 구의회 구성을 바꾸는 구의회 개편안이 지난 7월 입법회를 통과했다.
이러한 변화는 직전 선거에서 구의회를 범민주 진영이 장악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중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거센 반정부 시위 도중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는 민주화 요구 속 역대 가장 높은 71.2%의 투표율 속에서 민주당 등 범민주 진영이 전체 선출직 452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에 놀란 중국이 이듬해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이어 선거제를 개편하면서 홍콩 민주 진영은 사실상 붕괴했고 공민당 등 다른 야당은 대부분 사라졌다.
로 주석은 민주당 후보가 실제로 구의원 선거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예측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이 홍콩정부에 충성하고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을 준수해야 하는 요건을 언제나 충족한다고 믿지만 행정부와 선거 출마 후보를 심사하는 이들의 생각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애국자이자 홍콩에 애정이 있는 사람'의 구의회 선거 출마를 독려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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