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맞서 우군 확보 총력…'시리아 학살' 아사드부터 '우크라전 왕따' 푸틴 손까지 잡아줘
아세안·G20 불참하고 中으로 불러 내 편 만들기…11월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관심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활용하는 '안방 외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2일부터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가하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하는가 하면 다음 달에는 중국 외교 최대 행사인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통해 110여개 참가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들과 마라톤회담을 할 예정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거나 제3세계 국가들로, 시 주석은 '홈그라운드' 외교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對中) 포위전략을 뚫기 위한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 시진핑, 아시안게임 '외교 무대'로 활용
중국이 공개한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 주요 인사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 조하리 압둘 말레이시아 하원의장 등이다.
시 주석은 23일 한 총리와 회담에서 올해 급격히 얼어붙었다가 최근 다소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는 한중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아의 학살자'로 불리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주목된다.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당시 반정부 시위대를 가혹하게 탄압해 국제 외교무대에서 '왕따'가 됐다.
여전히 국제사회의 시선이 따가운 가운데서도 시 주석은 아사드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시리아 및 중동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안방 외교' 하이라이트는 일대일로 포럼
한 달 뒤 10월 중순에는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 하이라이트인 일대일로 정상포럼이 열린다.
올해 3번째인 이 행사는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한 핵심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발표 10주년에 맞춰 진행된다.
시 주석이 집권 초반인 2013년 8월 글로벌 프로젝트로 발표한 뒤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으로 만든다는 구상으로 '대국 굴기'를 현실화하려는 중국의 대외 확장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 행사에는 110여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참가국이나 참석 인사 명단은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러시아 발표로 미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참석과 이를 계기로 한 중러 정상회담 성사가 확실시된다.
시 주석은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성사되는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이같은 미국의 압박을 견제하는데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포럼에 참석하는 개도국 정상들과도 양자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일대일로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중국의 지원방안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행사는 규모는 커졌지만, 서방 주요국 정상들은 대거 불참할 예정이어서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중국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 될 걸로 보인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2019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온 이탈리아는 최근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 탈퇴 계획을 통보했다.
◇ 美 목소리 큰 국제행사 불참하며 '내 편' 만들기도 공들여
시 주석이 과거엔 참석했던 주요 국제행사를 건너뛰면서 대신 '안방'에서 내 편 만들기에 공들이는 양상이 올해 뚜렷하다.
시 주석은 이달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 각각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이나 우크라이나 침략국인 러시아에 대한 지원 등을 놓고 미국 주도의 G20 정상회담 무대에서 수세에 몰릴 개연성이 큰 상황을 감안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신 그는 지난 5월 중국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산시성 시안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초청해 국제회의를 열었고 이후에도 각국 정상들을 대거 베이징으로 초청, 양자관계 강화에 진력했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나 일대일로 포럼은 예정된 행사이긴 하지만, 시 주석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른바 '왕따 국가' 정상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개최된 날이어서 특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아사드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 속에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모습이다.
중국은 서방국가들과 달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 등과도 '관계의 끈'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외교 행보는 '내정불간섭' 외교 원칙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와 동시에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포위전략에 맞서기 위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우군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 국제사회,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주목
시 주석이 중국이 미국의 디리스킹 등 압박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언제 대좌할지도 국제사회 큰 관심사다.
현재로선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시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기력이 떨어진 경제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달러화 패권을 쥔 채 중국을 상대로 첨단 기술 접근을 막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미국과 관계 개선도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국 역시 경제 압박은 계속하고 있지만, 중국과 '강 대 강' 전면 충돌은 원치 않는다며 '상황 관리' 의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다.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다음 달로 점쳐지는 왕이 부장의 미국 방문 결과를 통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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