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우리편'…우크라 편에서 싸우는 러시아 극우세력

입력 2023-09-22 12:06   수정 2023-09-22 17:25

'적의 적은 우리편'…우크라 편에서 싸우는 러시아 극우세력
네오나치주의 성향 러시아인들 모인 '러시아 의용군단' 수차례 러 진군작전
성소수자·마르크스주의에 반대하지만 푸틴 체제는 혐오
나치 옹호 전력에 우크라 입장에서는 '불편한 우군'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우리는 외국 이민자들이 궁극적인 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러시아가 우리의 적이고 우리가 국가와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때 러시아의 극우주의자이자 축구 훌리건(경기장서 난동을 부리는 광적인 팬)이었던 데니스 니키틴은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레스토랑에서 영국 일간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열렬한 신나치주의자에서 조국 러시아에 총구를 겨누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 의용부대 지휘관으로 변신한 니키틴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싸우는 러시아 극우주의자들을 조명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니키틴은 악명 높은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유럽 전역의 극우 단체들과 연결망을 구축하고 축구장 난동 사건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악명을 떨쳤다.
그러다 2016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러시아 훌리건들이 영국 훌리건들과 폭력적인 충돌을 벌인지 1년 후인 2017년부터 키이우에서 살고 있다.
그곳에서도 유럽 전역의 극우 활동가들을 끌어모아 종합격투기 대회를 주관하는 등의 신나치주의 활동을 계속하던 니키틴은 해가 지날수록 점차 반(反)러시아화 되어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의 수직 권력에 혐오를 느끼게 된 그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전이 터지자 우크라이나 군대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물었고 결국 '러시아 의용군단'(러시아어 약어로 RDK)을 조직하게 됐다.

RDK는 올해 초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는 다른 의용군단과 함께 여러 차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마을들을 습격하고 되돌아오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니키틴은 지난 3월 첫 작전 당시를 회상하며 "취한 듯 묘한 느낌이었다. 그곳은 한편으론 조국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적의 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전에 참여한 부대원들 모두가 포로가 될 것에 대비해 자폭용 수류탄을 준비해 갔었다고 전했다.
니키틴은 여전히 나치 정권을 존경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악명을 과장하는 언론 보도는 비난했다.
그는 "'백인 우월주의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으며 성소수자 선전과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에 반대하기 때문에 우리를 네오나치주의자라고 부를 뿐"이라고 항변했다.
니키틴은 부대원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충성심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의용군단 신병들은 모두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연계성을 검증받기 위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는데 질문 중에는 "러시아에 있는 가족이 위협을 받으면 우크라이나를 배신하겠는가"라는 물음도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RDK와 같은 러시아인 의용군과 연관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네오나치주의자들이 모인 RDK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나치와의 싸움으로 포장해온 러시아의 선전에 부합하는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방 정부들도 자국이 제공한 군사적 지원이 RDK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려는 RDK의 의지가 어떤 다른 부정적인 평판보다 우선한다고 믿으며 이들의 이념적 성향을 기꺼이 눈감아주려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가디언에 "서방 동맹국의 (RDK 무기 지원에 대한) 불만은 알고 있지만 우리는 전쟁이라는 실존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그들(RDK)의 견해는 유감스럽지만 총을 들고 러시아 국경을 넘을 사람은 특정한 일부뿐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다른 의용부대인 '자유러시아군단'(LFR)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 부대는 RDK와 함께 러시아 습격 작전에 참여했지만 나치주의적 성향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RDK와 LFR은 모두 군사기밀을 이유로 자신들의 부대 규모에 대해 함구한다.
하지만 대다수 추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는 전체 러시아 의용부대원 수는 수백 명으로 추산된다.
물론 의용군단에 참가하려는 자원자들이 계속 늘어가는 추세이긴 하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기반을 두고 러시아인을 우크라이나로 받아들여 의용부대를 조직하는 일을 돕고 있는 '시민위원회'의 아나스타시야 세르게예바는 자원자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조만간 '시베리아 대대'라는 세 번째 의용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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