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러 편들다 시장 이미지 해쳐…'불공정' 환경도 문제"(종합2보)

입력 2023-09-25 22:28  

EU "中, 러 편들다 시장 이미지 해쳐…'불공정' 환경도 문제"(종합2보)
경제통상 최고당국자 칭화대 연설…전기차 보조금 조사 앞두고 中 압박
우크라전 입장·불공정 무역·反간첩법 등 '걸림돌' 거론…中 "중국은 법치국가"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시장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의 러시아 밀착에 견제구를 던졌다.
AFP·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통상 담당 수석 집행부위원장은 25일 중국 칭화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유럽과 중국 통상관계의 변수로 거론했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는 중국을 비판하며 "그것 때문에 유럽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비치는 중국의 이미지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토보전은 국제외교에서 항상 중국의 핵심 원칙이고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은 그런 원칙을 대놓고 위반한 것"이라며 "우리(유럽)는 자신들의 근본 원칙을 해치면서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는 중국의 태도를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며 러시아와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 협력관계의 지속은 미국과 EU를 비롯한 서방이 주도하는 제재에도 러시아가 외교적, 경제적 역량을 유지하는 동력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의 발언은 러시아의 철군을 조건으로 한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해 유럽의 경제력을 중국에 대한 지렛대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EU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2022년 기준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며 중국 제품의 수입, EU 기업의 중국 투자, 기술이전 등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나름대로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반환이 빠졌다.
그 때문에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이를 러시아에 기울어진 타협책으로 간주하며 지금까지는 논외로 취급하고 있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EU가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차단하는 '디커플링'을 시도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EU와 중국의 경제적 관계가 깊지만 중국이 EU가 리스크로 여기는 것들을 완화하는 데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이 꼽은 대표적인 문제는 경제·무역상의 불공정이다. EU는 그의 방중을 열흘 앞두고 중국이 '불공정한' 보조금을 전기차업체들에 살포해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며 조사 계획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이 즉각 반발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 방중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됐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도 중국 시장의 불공정성을 거듭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중국에는 호혜성과 공정한 경쟁의 장이 부족하고, 이 문제는 더 넓은 지정학적 이동과 결부돼 EU가 더욱 공세적이게 되도록 만들었다"며 "EU는 경쟁을 환영하고, 경쟁은 우리 기업들을 더 강하고 혁신적이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경쟁은 공정해야 하고, 우리는 불공정에 더 강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중국이 7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대외관계법, 반간첩법 역시 경제 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악재로 지목했다.
그는 "애매해서 해석 여지가 너무 크다"며 "이는 유럽 기업들이 준수할 의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로 기업의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차단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자국 국가이익에 해로운 행위를 금지하는 대외관계법과 국가안보와 연계된 정보의 이전을 막는 반간첩법을 시행함에 따라 다수 외국기업은 이들 법률이 고무줄처럼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 내 활동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중국에는 문제가 없다'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언제나처럼 법치 원칙을 견지하면서 개인과 조직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왔다"며 "우리는 각국 기업의 중국 내 합법적 경영을 위해 시장화와 법치화, 국제화의 양호한 경영 환경을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EU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만약 디리스킹의 이름으로 탈중국화를 행한다면 기회·협력·안정·발전을 없애는 것"이라며 "중국과 EU는 응당 협력해 경제·무역 협력의 안보화와 정치화 행위를 함께 억제·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반간첩법 등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의 모든 사법 활동은 사실과 법률에 기초해 전개되는 것이며, 기업이 합법적으로 경영한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외국의 정상적인 교류·협력을 장려·지지하고, 중국의 법규를 준수한다면 어떠한 외국 국민과 조직도 중국에서 평안히 지내며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이날 저녁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과의 회담에서 EU가 중국에 대한 첨단 제품 규제를 해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양측이 EU-중국 원자재 공급망의 투명성 메커니즘에 관한 논의를 계속하는 데 합의했고, 금융 규제에 관한 실무 그룹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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