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가 "헝다 쉬자인 회장, 中인민의 적"…'대마불사' 깨지나(종합)

입력 2023-10-03 18:21  

中기업가 "헝다 쉬자인 회장, 中인민의 적"…'대마불사' 깨지나(종합)
"빚은 중국에 남기고 재산은 미국으로 빼돌려 당국이 강제 조치"
홍콩매체 "쉬자인 구금, 슈퍼리치의 영향력에 대한 당국의 우려 반영"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이 된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의 쉬자인 회장이 구금되면서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덩치 큰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의 관행이 이번에는 깨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1홍콩달러(약 174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동전주'로 전락한 헝다의 주가가 3일 재개된 거래에서 급등하면서 여전히 회생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스카이워스 창업자 "쉬자인, 미국 법 이용하려는 인민의 적"
중국의 유명 기업가가 쉬 회장을 "중국 인민의 적"이라고 비난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3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 TV 제조업체 스카이워스의 창업자 황훙성은 전날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 올린 3분여 길이의 영상에서 쉬 회장이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빚은 중국에 남기고 개인 재산은 미국으로 빼돌렸기 때문에 당국이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밝혔다.
황훙성은 "쉬자인은 미국 법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 중국 인민의 적"이라며 "나라를 속이고 백성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대립을 이용하고 미국 정권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민을 적으로 삼고 국가를 적으로 삼는 것"이라며 이에 당국이 그에 대한 강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2021년 위기에 빠진 헝다에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줬음에도 쉬 회장이 이런 자멸적인 일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한 자기 친구 중 상당수가 헝다에 속았다며 "헝다는 투자하면 매년 1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자는커녕 원금도 날아갔다"고 밝혔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을 지낸 황훙성은 한때 미국 포브스 선정 중국 31대 갑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황훙성의 영상은 전날 저녁 현재 조회수 10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관심을 모았다.



◇쉬자인, 당국에 구금…헝다 전현직 직원도 체포
앞서 헝다는 지난달 28일 "쉬자인 회장이 법률 위반 범죄 혐의로 법에 따라 강제 조치됐다"고 공시했다.
강제 조치는 사회 치안과 수사 및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유지하기 위해 법에 따라 피고인, 현행범, 주요 용의자들의 신체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다.
헝다가 쉬 회장의 강제 조치 사실을 발표한 것은 그가 경찰에 의해 주거지 감시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헝다의 해당 공시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쉬 회장이 모처에 구금돼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쉬 회장에 앞서 헝다의 일부 전현직 직원도 당국에 체포·구금됐다.
이에 중국 당국이 헝다에 대한 사법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부동산 개발 붐에 편승, 호황을 누리던 헝다는 당국이 2020년 투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규제에 나서자 자금난에 빠져 2021년 12월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헝다의 총부채는 2조3천900억위안(약 443조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라는 오명을 얻었다.
2017년 420억달러(약 57조원)로 아시아 부자 2위까지 올랐던 쉬 회장의 재산은 현재 약 18억달러(약 2조4천억원)로 쪼그라들었다.
헝다는 지난 8월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챕터 15'는 외국계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하는, 국제적인 지급 불능상태를 다루는 파산 절차다.
이에 대해 헝다는 역외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로 파산신청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헝다의 채무 구조조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회장까지 구금되면서 파산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헝다 계열사인 헝다 부동산(恒大地産)그룹은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만기가 도래한 역내 채권에 대한 원금·이자 40억위안(약 7천327억원)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 "쉬자인, 부동산 거품 없애려는 시진핑의 결의 완전히 얕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가들을 인용, "쉬자인의 몰락은 슈퍼리치들이 금융과 사회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국 당국의 뿌리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며 "중국 당국은 민간 분야 신뢰에 대한 잠재적 타격과 관계없이 쉬자인에 대한 조치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편집장 출신 덩위원은 쉬 회장이 중국 정부가 사회 안정을 해치는 일이라 여겨지면 절대 자신의 부동산 왕국을 무너뜨리거나 자신을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쉬 회장은 부동산 거품을 없애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결의를 완전히 얕봤고 헝다는 엄청난 규모의 차입 경영을 통해 그것을 무시한 유일한 대형 부동산 기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현재 경제 둔화로 민간 분야의 신뢰를 강화하고 싶어하는 게 분명하지만 시 주석은 민간 자본의 인질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당국이 쉬 회장에 대한 강제 조치를 10월 1일 국경절을 앞두고 발표한 점에 주목하면서 시 주석이 국경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힘은 단합에서 나오며 신뢰는 금보다 가치있다"고 말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불법 자금 유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를 보여준다. 그것은 중국의 금융 안정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특히 일부 대기업이 중국 은행과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빌려 해외 자산을 인수하는 데 사용하는 관행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이를 규제하는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SCMP는 설명했다.
베이징의 변호사 저우추이쿤은 중국 당국이 불법 자금 모금의 증거를 위해 헝다금융재부관리(恒大財富·에버그란데 웰스)를 조사할 것이라고 봤다.
중국 경제 분야 인플루언서 양궈잉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헝다금융재부관리의 실질적인 통제자인 쉬 회장이 아무 탈 없이 풀려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쉬 회장이 사기죄로 장기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봤다.

◇ 헝다 주가 급등…"최악 끝났다고 여긴 투기적 베팅만 몰리는 듯"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거래가 중단됐다가 2거래일 만인 이날 거래가 재개된 헝다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오전 헝다의 주가는 홍콩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42.2%까지 치솟았다가 28.13% 오른 0.41홍콩달러(약 71원)로 마감했다.
헝다 부동산서비스의 주가도 개장과 동시에 14% 올랐다. 다만 최종적으로는 3.39% 떨어진 0.57홍콩달러(약 99원)에 장을 마쳤다.
헝다 신에너지차의 주식은 이날도 거래가 중지됐다.
앞서 홍콩증권거래소는 쉬 회장의 구금 사실이 발표된 지난달 28일 헝다와 자회사인 헝다 신에너지차, 헝다 부동산 서비스의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헝다의 주식 거래 중단은 지난해 3월 거래가 중단됐다가 17개월 만에 재개된 지 한 달 만이었다.
포사이스 바 아시아의 수석애널리스트 윌러 천은 SCMP에 "헝다 주가의 동향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헝다 주식에는 최악이 끝났다고 여기는 투자자들의 투기적 베팅만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헝다의 청산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케이위안 캐피탈의 브룩 실버스 이사는 앞서 "대규모 구조조정은 종종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우가 많으며 아직 시간이 많다"는 낙관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