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설 '모델' 된 美 CNN 기자 "현실과 반대로 그려졌다"

입력 2023-10-06 14:59  

북한 소설 '모델' 된 美 CNN 기자 "현실과 반대로 그려졌다"
2018년 北 출간 '뢰성'…북한에 우호적인 미국 기자로 묘사돼
"소설 속 취재 환경·발언, 현실과 달라…일부 대화는 사실 기반한듯"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미국 언론인이 북한에서 출간된 소설에 자신을 모델로 한 등장인물이 나온다면서 실상과는 정반대의 인물로 묘사됐다고 밝혔다.
미국 CNN 방송의 전 아시아 수석특파원이었던 마이크 치노이 기자는 5일(현지 시간) CNN 오피니언란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적었다.
그가 미국의 한국학 학자 메러디스 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에 따르면 치노이는 2018년 출간된 김룡연의 소설 '뢰성'에서 주인공인 한국계 미국인 CNN 기자 '변사황'의 동료로서 실제 이름과 비슷한 '마이클 치노이'로 등장한다.
소설에서 사황이 북한에 취재를 갈지 고민하자 치노이는 "북한의 가장 큰 저력은 지도자와 국민이 하나가 된 그만의 독특한 정치 체계"라고 조언한다.
실제의 치노이는 북한과 인연이 깊은 기자다.
그는 CNN에서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총 14차례 북한을 직접 취재했으며 CNN을 떠난 뒤에도 3차례 더 북한을 방문했다.
1994년에는 김일성 주석을 직접 만나 북핵 현안 등을 질문했으며, 1998년 CNN이 서구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북한의 건국 50주년 행사를 취재할 때도 함께했다.
치노이는 자신이 북한에 여러 차례 취재를 갔다는 사실은 소설과 같지만, 그 외에 취재 환경이나 북한에 대한 의견은 소설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는 "당시 보도를 통해 '김정일은 신처럼 추앙받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은 태어나자마자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강제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며 "또 기근이 가장 심한 지역은 당국에 의해 취재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설은 나와 CNN 조직을 북한 정권에 공감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며 "이는 CNN의 실제 보도 방향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북한 소설에 서양 언론인이 실명으로 등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출간된 북한 소설 '영원한 삶'에는 김일성 주석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회동 장면에서 당시 이를 취재했던 CNN의 국제부 에디터 이슨 조던이 등장한다.
치노이는 조던이 보낸 이메일 답장을 인용해 "소설 속에서 조던이 김일성 주석과 나누는 대화 내용은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표정이나 구체적인 묘사는 어림짐작에 가깝다"고 전했다.
소설 '뢰성'의 사례처럼 북한 문학에서 서구 언론은 북한과 서로 우호적인 관계인 것으로 그려지곤 한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권위주의 체제 국가에서와 다른 북한의 특징이라고 치노이는 평가했다.
이에 대해 쇼는 "북한 소설에서 서구 언론은 일종의 숭배 대상으로 다뤄지며, 외국 기자들은 지치지 않고 진실을 좇는 존재로 그려진다"며 "이는 해외 주요 언론 기관이 북한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허구의 사상을 주민에게 주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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