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BJ에 퇴직금 등 털어 후원하는 노인시청자들 사회문제 대두

입력 2023-10-10 15:54  

中서 BJ에 퇴직금 등 털어 후원하는 노인시청자들 사회문제 대두
동정심 유발에 자녀 몰래 수백∼수천만원 보내…"노인들, 정신적으로 기댈 곳 없어"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한국에서 미성년자가 부모 몰래 인터넷 방송 진행자(BJ)에게 거액의 돈을 보낸 뒤 환불받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일들이 노인들 사이에서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중국 법치일보에 따르면 쓰촨성에 사는 가오펑(가명)씨는 아버지가 한 여성 BJ에게 작년 한 해 동안만 6만위안(약 1천100만원)을 후원했다고 털어놨다.
가오씨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 짧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즐겨 봤다.
딸인 가오씨는 아버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달리 간섭하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등급'과 후원액은 계속 높아졌다.
베이징에 사는 류핑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올해 초 인터넷 방송 웹사이트에 가입한 아버지 류펑씨가 반년 만에 퇴직금 3만위안(약 550만원)을 몽땅 쓴 것이다.
중국 사정당국은 최근 인터넷 방송과 왕훙(網紅·중국의 온라인 인플루언서)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다.
1인 미디어들의 사기 행각이 사회 문제가 되자 중국공산당 중앙사이버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은 지난 7월 사회적 이슈를 부풀리거나 불량한 정보·유언비어, 저속하고 선정적인 영상 유포로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1인 미디어 단속 방침을 내놨다.
1천2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했다가 더우인 계정을 폐쇄당한 남성 인플루언서 슈차이(秀才)가 대표적 사례다. 정법일보는 슈차이가 '중·노년 여성 수확기(농기계 콤바인)'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고, 수만∼수십만위안을 후원하는 '큰손'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J들은 방송 중 노인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선물'을 요구했고, 다른 BJ와 후원 대결을 벌이는 방식으로 팬들 경쟁을 유도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며 노인 시청자들의 동정을 유발하는 방식도 있었다.
가오씨는 후원금을 돌려받기 위해 인터넷 방송 업체에 문의했지만, 환불은 승인되지 않았다. 미성년자와 달리 민사적 행위능력이 있는 성인이 절차상 문제 없이 후원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법조계에선 인터넷 방송 업체들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정법일보는 전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창사 변호사는 "법규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수익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고, 판단·인지능력이 약한 노인을 위한 환불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펑화마오 베이징사범대학 심리학부 교수는 일부 인터넷 방송이 막대한 후원을 받은 것은 노인들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해줬기 때문이라며 "노인들이 정신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긴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사회는 이런 욕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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