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美 유대인 vs 이슬람 긴장 고조…테러 경계 강화

입력 2023-10-14 08:34  

[이·팔 전쟁] 美 유대인 vs 이슬람 긴장 고조…테러 경계 강화
곳곳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유대인 시의원, 총 들고 나와 체포
FBI "테러 조직 공격 가능성 주시"…일부 유대인들 "신분 숨길 것"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장 세력 간에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슬람계의 시위가 곳곳에서 열리는 등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당국은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에 보복하기 위해 이슬람계 테러 조직이 미국 내 유대인 사회를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마스 전 수장인 칼레드 메샤알이 전 세계 무슬림에게 "분노를 보여달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띄운 이후 뉴욕 등에서 이슬람계의 시위·집회가 잇달아 열렸다.
12일에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단체가 시위를 벌였고, 13일 아침에도 브루클린대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렸다.
그러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단체도 컬럼비아대에서 맞불 집회를 벌였고, 브루클린대에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 근처에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브루클린대 시위 현장에서는 유대인인 이나 베르니코프(공화당) 뉴욕 시의원이 권총을 허리에 차고 나타나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베르니코프 시의원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가들을 노골적으로 반대해 왔다.
베르니코프 시의원은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서 "오늘 이 사람들과 함께 여기 서 있다면 폭탄이 없는 테러리스트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측 간 긴장이 높아지자 법 집행 당국은 반유대주의 또는 이슬람 혐오 정서에 따른 폭력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공공시설이나 관련 단체, 학교 주변의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시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LA)와 마이애미 등 대도시 경찰국은 유대인 학교와 유대교 회당, 커뮤니티 센터 등을 순찰하는 경찰력을 늘리고, 특이점이 없는지 주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전역의 도시에서 경찰은 유대인들 생활 거점을 중심으로 치안을 강화했고,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 그 외 연방 법 집행 당국은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와 관련한 국내의 위협이 없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하마스나 다른 외국 테러 조직이 분쟁을 악용해 우리 땅에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인 사회도 테러 가능성에 위축된 분위기다.
이전에 유대인 사원이었던 곳에 캠퍼스가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이노베이션스 인터내셔널 차터 스쿨'은 최근의 불안한 상황을 고려해 일시 휴교했다.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찰스 스미스 유대인 데이 스쿨'도 캠퍼스 문을 닫고 학부모들에게 이메일로 "학교에 특별한 위협은 없지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통지했다.
뉴저지주 몽클레어에 거주하는 유대인 애슐리 리예스(40)는 최근 이스라엘 전쟁으로 불안감이 커졌다면서 10살 아들이 위협을 받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AP에 밝혔다.
그는 "아들에게 '누가 너에게 유대인이냐고 물어보거나 엄마가 유대인이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해라'라고 가르칠 생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뉴저지 클리프턴에 있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커뮤니티 센터의 라니아 무스타파 국장도 최근 전화와 이메일, 메시지 등을 통한 괴롭힘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무스타파 국장은 "우리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만큼 신성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공격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직 미 주요 도시에서 뚜렷한 위협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뉴욕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며 "모두가 마음 놓고 유대교 회당에 가고, 학교에 가고,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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