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중동…출발 꼬인 바이든, '선량한 중재자' 위험한 승부수

입력 2023-10-18 16:18   수정 2023-10-18 21:02

혼돈의 중동…출발 꼬인 바이든, '선량한 중재자' 위험한 승부수
"'중동의 선량한 중재자' 행세하려다 병원폭발 탓 망신"
이제 네타냐후와 담판…민간참사·확전 막고 '팔 국가해법' 확인할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으로 혼돈에 빠진 중동에 미국 대통령이 다시 중재자로 나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몸을 실었다.
목표는 팔레스타인의 극단주의 무장세력 하마스를 제거하는 데 주변국 동의를 얻고 이스라엘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사태 봉합 계획은 출발부터 어그러져 애초 그리던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먼저 요르단 암만에서 요르단 국왕,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이집트 대통령을 만나려고 했다.
이 같은 4자 회담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하면서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 당위성을 설득할 자리로 관측됐다.
그러나 전쟁 중인 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의문의 폭발 속에 500명이 넘게 숨지면서 계획은 그대로 무산됐다.
전쟁 쌍방의 상호비방 속에 공격 배후와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명백한 전쟁범죄 정황으로 관측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불참 소식을 들은 뒤 에어포스원이 이륙하기 직전에 다른 두 정상의 일정 연기를 통보받았다.
영국 BBC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의 선량한 중재자'처럼 보이려고 했다가 망신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정상이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범죄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불신임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팔레스타인과 주변국 설득을 위한 계획이 무산된 터라 이스라엘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처지가 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어려운 질문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을 통해 이루려고 한 목표가 이스라엘의 봉쇄 완화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뒤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해 사람과 물자가 왕래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
가자지구에 인도주의 물자를 전달할 길을 열고 봉쇄로 가자지구에 갇힌 미국 국적자들에게 출구를 마련한다는 게 미국의 계획이다.
이들 사안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을 돌며 계속 노력을 기울였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로를 여는 데 진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관리들이 이스라엘에 촉구한 원칙은 자기방위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하마스 전면해체를 위한 군사작전을 지지하면서도 그 과정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설득해 인도주의 지원이 재개된다면 아랍권이 확신하는 편파성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침공이 시작되면 더 심한 인도주의 재앙이 불가피한 터라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중대과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선량한 중재자 이미지를 가꿔갈 승부수를 이스라엘에서 모색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확약과 함께 팔레스타인의 국가수립을 향한 경로를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지난 16일 공개된 CBS 인터뷰 프로그램 '60분'에서 '하마스가 꼭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긍정하면서도 그런 지론의 전제를 더 큰 무게와 함께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 그렇지만 팔레스타인 통치기구가 있어야 한다.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로 가는 경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시점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하느냐'는 물음에도 "그렇게 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내 생각으로는 하마스는 전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지론은 극단주의 세력을 도려낸 팔레스타인이 독립국이 되는 경로를 밟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아울러 팔레스타인을 배제한 채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해오던 최근 수년간 중동정책에 대해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주도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세기의 화해'가 성사 직전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아랍권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외면한 바이든표 중동정책 탓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예견된 사안이었다는 얘기가 쏟아진다.
현재로서는 아랍권을 달래 중동전쟁 확대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억제할 방안은 팔레스타인을 향한 약속밖에 없는 상황으로 관측된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 승부수는 민간인 추가 참변을 막을 이스라엘 견제,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 재확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BBC는 "미국 대통령이 인명손실을 제한하고 중동 전면전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영향력과 지렛대를 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부수는 이스라엘의 대응을 누그러뜨리고 확전에 대한 아랍권 우려를 달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 커비 백악관 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일부 어려운 질문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만 친구로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워싱턴DC에서 반세기 공직자 생활을 한 바이든 대통령의 감정적 DNA에는 이스라엘 지지가 새겨져 있다"며 "그 덕분에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 대응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와 힘든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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