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이재용, '승어부' 꿈꾸며 광폭 행보로 '뉴삼성' 시동

입력 2023-10-22 05:31   수정 2023-10-22 17:33

'취임 1년' 이재용, '승어부' 꿈꾸며 광폭 행보로 '뉴삼성' 시동
인재·투자 기반 초격차 기술 확보 주력…협력사 등과 '동행' 강조
이건희 '신경영 선언' 뒤잇는 '뉴삼성' 메시지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만들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취임 일성과 함께 회장직에 오른 지 오는 27일로 만 1년이 된다.



◇ 이재용의 '승어부'…초격차 기술로 반도체 위기 극복 의지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지난 1년간 보여준 행보는 크게 기술, 인재, 투자, 동행, 글로벌 등의 키워드로 압축된다.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꿈꾸는 이 회장은 미래 인재 양성과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한 초격차 기술 확보로 삼성의 재도약을 꾀하는 동시에 협력사, 지역사회 등과의 동행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2020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승어부'를 언급하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의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취임 1주년을 맞아 별다른 행사를 열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승진 안건이 의결된 작년 10월 27일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던 이 회장은 취임 1주년인 오는 27일에도 예정대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 안팎에서는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를 앞두고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 이 선대회장 추모 학술대회와 음악회 등이 잇따라 열리며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삼성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불황 등으로 전례 없는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선대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되새김으로써 분위기를 쇄신하고 재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지난 19일 추모음악회 참석에 앞서 '삼성 반도체 태동지'인 기흥의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건설 현장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성공 신화'를 이룩한 이 선대회장의 경영 유산을 이어 '초격차 기술'로 지금의 반도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 투자…미래 준비 속도
이 회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사업장을 직접 챙기며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등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 천안과 온양 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경쟁력 등을 점검했고, 3월에는 화성캠퍼스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R&D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는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강조했고, 삼성SDI 수원 사업장을 찾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을 점검하기도 했다.



초격차 기술의 기반이 될 대규모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분기마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95% 급감했지만, R&D 투자는 오히려 15.2% 늘렸다. 2분기 영업이익의 10배가 넘는 7조2천억원을 R&D에 투자했다.
2분기 시설 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4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은 향후 20년간 총 300조원을 들여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천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삼성은 앞서 작년 5월에는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R&D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국내 360조원 포함)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 尹대통령 순방마다 동행…'민간 외교관' 역할 분주
이 회장은 강점 중 하나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에 동행하는 것을 비롯해 그간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방문 등에 함께 하며 각종 투자 협력이 성사되는데 일조했다.
해외 출장 시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의 어깨를 툭 치며 윤 대통령에게 소개하거나, '만수르'로 국내에서 잘알려진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총리와 나란히 앉아 활짝 웃는 모습이 포착되며 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재부각되기도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해 한국을 찾은 해외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도 잇따랐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CEO,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올리버 집세 BMW CEO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4∼5월 미국 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빅샷(거물) 20여명을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지난 1년간 언론에 공개된 일정만 따져도 해외 방문국은 10개국이 넘는다.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 회장은 바쁜 일정을 쪼개 해외 여러 나라를 찾아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동행'도 중시…'뉴삼성' 메시지 기대감
'사회와의 동행'도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로 광주의 협력회사를 찾는 등 중소기업, 지역사회와의 '동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향후 10년간 지역의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천억원을 투자한다고 약속했다.
추석 연휴에는 중동 3개국을 찾아 명절에도 사우디 네옴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을 격려하고, 국내 자택으로 선물을 보내는 등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조용한 기부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신임 임원에게 축하 선물을 보내는 대신 임원이 믿는 종교단체에 기부금을 내준 뒤 임원 개인 명의로 된 기부 카드를 선물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기부·봉사왕'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싶은데 얼굴이 알려진 탓에 쉽지 않다"며 "여기저기 익명으로 기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광폭 행보에도 재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이 회장의 '뉴삼성' 메시지에 대한 갈증이 크다.
이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변되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의 체질을 바꾸고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처럼 이 회장도 삼성의 미래와 비전을 담은 큰 그림을 제시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은 이 회장만의 '색깔'이나 '메시지'가 덜 보여진 느낌"이라며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갈,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미 회장 취임 전부터 경영을 맡아 온 만큼 이 회장도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구축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은 외부에 보여주기보다 내실을 다지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 더 주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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