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장례식 고민하는 中…反시진핑 시위 '기폭제' 될까 우려

입력 2023-10-30 11:57  

리커창 장례식 고민하는 中…反시진핑 시위 '기폭제' 될까 우려
사망 일주일 내달 3일 '조용한' 장례식 가능성…관변 언론, 보도 삼가며 파장 최소화
'후야오방 사망 후 톈안먼 시위' 재연 우려 관측도…대학 내 모임·톈안먼 접근 금지
美에 맞선 시진핑 1인 '절대권력' 체제, 내부 단속 주력…11월 미중 정상회담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리커창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중국 당국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사망이 확인된 지 수 일이 지났음에도 장례식 일정조차 발표 못 한 게 단적인 사례다.
중국 안팎에선 '제2의 후야오방 사망 이후 사태'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마오쩌둥에 이은 절대 권력자 시진핑에 대한 반발 시위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미국과 사활을 건 전략 경쟁을 하는 중국으로선 내부 단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조용히' 리커창 장례식을 치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애도 물결 '통제' 나선 中…'제2 후야오방 사망 이후 사태' 차단 해석
중국 당국은 리커창 사망 발표부터 고민을 드러냈다. 사망 시점과 발표 사이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을뿐더러 사망 관련 내용 공개가 극도로 제한적인 걸 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당국 발표와 관영 매체들 보도를 종합해보면 공식적인 사망 시간은 지난 27일 0시 10분이다. 상하이에 머물던 리커창이 수영을 하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통신 신화사 등은 같은 날 오전 8시 사망 소식을 단신으로 전했다.
그리고 나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국무원 등은 같은 날 오후 6시 공식적으로 리커창 사망을 짧게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장례식 일정도 발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중국 당국 태도와는 달리, 중국인들의 애도 물결은 빠르고 거셌다.
리커창의 옛 거주지인 안후이성 허페이시 훙싱루(路) 80호 '안후이 문화역사 연구원' 앞에는 28일 추모객들이 몰려 집 둘레에 수 많은 조화를 놓았다. X(옛 트위터)를 통해 본 영상과 사진에는 헌화 행렬이 한때 수백미터에 달했다.
중국의 대표적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28일 '리커창 동지 영정'과 '리커창 동지 부고'가 각각 검색어 순위 1위와 2위를 기록했고, '리커창 동지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해시태그(#)는 22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였다.
"양쯔강과 황허는 거꾸로 흐를 수 없다"(長江黃河不會倒流),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 天在看) 등 리커창의 생전 발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는 생전에 사실상 집단지도체제와 개혁개방 정책의 지속을 강조하면서 시진핑에 맞선 발언들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에서 꾸준히 1∼2위에 올랐던 리커창 관련 해시태그는 29일 모두 사라졌다. 시진핑 홍보 뉴스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왕이 외교부장 접견 소식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에 앞서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일부 대학들이 리커창 사망과 관련해 사적인 모임을 만들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모임 금지령인 셈이다. 베이징 톈안먼(天安門)으로 가는 주요 통로도 통행이 금지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이징대 영화협회 위챗(중국 휴대폰 메신저) 공식 계정은 27일 학교 측 통지에 따라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모든 학회 활동이 금지된다'고 안내했다가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1976년 저우언라이 총리 사망 후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비판이 쏟아진 4·5운동이 본격화했고, 1989년 4월 후야오방 총서기 사망으로 같은 해 6월 톈안먼 시위가 벌어진 걸 의식한 중국 당국 조처라는 평가가 나왔다. 바꿔 말하면 '반(反)시진핑' 시위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 시진핑 1인 통치 부작용에 '리커창 향수' 커져…反시진핑 기류 확산할까 '전전긍긍'
시진핑은 2012년 17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중앙군사위 주석 등에 올랐지만, 이전의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와 마찬가지로 집단지도체제의 서열 1위로 자리매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진핑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호랑이 사냥'을 명분 삼아 정적 수천 명을 제거했고,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의 암묵적인 룰을 깨고 '3연임'에 성공했다. 사실상 시진핑 1인체제라는 절대권력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집단지도체제를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을 진두지휘하는 '2인자' 총리를 꿈꾼 리커창은 2023년 전인대에서 공식 퇴진할 때까지 실권 없는 2인자로 밀렸다.
시진핑은 기존의 시장경제 체제보다는 사회주의에 방점을 둔 중국특색사회주의 깃발을 들고, 경제·외교·군사·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맞선 '대국굴기'의 길로 치달았다.
첨단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중국 접근을 차단한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옥죄인 중국의 현주소가 시진핑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었던 수출 증가율이 꺾인 지는 오래다. 부동산 시장 위기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중국이 1990년 이후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과 유사한 난관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30년 개혁개방 시기의 연간 두 자릿수대 경제성장률은 오간 데 없고, 중국은 올해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안팎' 성장률 달성에 분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 내에선 이런 사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의 '철권통치'에 대놓고 반발은 하지 못하지만, 중국이 올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는 상황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치솟는 양상이다.
여기에 올해 3월 전인대를 계기로 꾸려진 리창 총리 중심의 중국 경제 배터리 진용은 시진핑의 친위부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저간의 사정이 리커창을 그리워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보인다.
리커창은 시진핑의 권력 강화 탓에 갈수록 설 자리를 잃으면서도,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고 권력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금의 시진핑 체제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 11월 APEC 미중 정상회담 앞둔 中, '내부 단속' 집중…'국무원조직법' 개정도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 당국이 '국무원조직법' 개정으로 국무원을 공산당의 지도하에 놓으려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원조직법은 덩샤오핑이 마오쩌둥 절대권력이라는 1인 체제를 벗어나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할 목적으로 1982년 12월 중국 헌법 개정과 함께 제정했다.
경제정책을 국무원 자율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국무원은 중국 공산당의 지도를 견지한다.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 지도를 단호히 수호하고, 당 중앙의 결정을 단호히 관철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됐다.
시진핑 당 총서기와 전인대에 대한 국무원의 보고 의무와 전인대로부터의 감독 수용 의무를 명시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무원의 경제 정책 자율권은 무색해질뿐더러 리창 총리에게 2인자라는 호칭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위해선 신속한 의사 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핵심인 시진핑 중심의 1인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시장 경제에 바탕을 두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해 집단지도체제가 최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온 리커창과 거리두기를 해야 할 이유인 셈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부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대만 문제와 디리스킹 관련한 미국의 압박에 '성과 있는' 대응해야 대국굴기가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중국으로선 미국을 향해 일치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커창의 대중적 인기가 이전의 저우런라이 또는 후야오방만큼은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 내에서 '4·5 사건' 또는 '톈안먼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래도 리커창 추모 열기가 자칫 '반시진핑 시위'로 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중국은 바짝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내에선 리커창 사망 일주일째인 11월 3일 '조용한' 장례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중국 관변언론은 이와 관련한 보도를 삼가고 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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