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우리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면 자영업자 마음 달래지나"

입력 2023-11-05 06:11  

은행권 "우리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면 자영업자 마음 달래지나"
"매년 사회공헌에 1조이상 쓰고 서민금융에 수천억 출연해도 악덕기업 낙인"
"고금리는 긴축 탓인데 정부개입이 금리체계 훼손…대출 증가가 부작용 사례"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이제 은행을 공공재를 넘어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고, 비난의 화살을 우리 쪽으로 돌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마을을 달래려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처럼, 올해 초에 이어 최근 다시 정부에서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을 은행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은행권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통화 긴축 때문에 오른 것인데도, 마치 서민이 어려운 시기에 은행들이 담합해 부도덕한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다는 프레임이 너무 부당하다는 항변이다.
이런 정부의 개입과 압박이 반복되면서, 실시간 금융시장 상황과 자금 조달 비용에 따라 결정돼야 할 금리 체계가 왜곡된다는 지적도 많다.


◇ "반복적 이익 환원 요구보다는 미래위험 대비 충당금 증액 요구가 합리적"
우선 은행권은 정부의 '돈 잔치', '종노릇' 등의 표현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은행들의 장삿속 때문에 금리가 오르고 내 이자가 불어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고금리 상황은 은행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회복 후 글로벌 통화정책이 모두 강한 긴축으로 돌아서 기준금리 등이 인상됐기 때문"이라며 "대내외 경제 여건들이 그대로 시장 금리에 반영되면서 나타나는 금리 상승을 은행의 인위적 행위로 오해하도록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지금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과 함께 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면 세계 공통적으로 은행의 이익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리스크(위험)를 떠안는 것으로, 앞으로 경기 악화 등과 함께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는 등 대출자산 건전성이 나빠지거나 금리가 반대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은행 이익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는 계속 반복적으로 상생 방안 등을 통해 이익을 더 환원하라고 요구하기보다는, 미래 위험에 대비해 이익을 기반으로 충당금을 크게 늘리라고 조언하는 게 오히려 더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 "인허가 산업인데 왜 독과점 비난을 은행에…자동차·통신·정유업계는?"
은행권은 자신들이 고금리 시대 대출자의 어려움을 철저히 외면하는 '갑질 기득권층'으로 거론되는 것에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해마다 1조원 이상을 사회공헌사업에 쓰고, 서민금융·신용보증 재원 등에도 수천억을 출연한다"며 "더구나 올해 초 10조원의 취약계층 지원안까지 내놨는데도 '은행 때리기'가 반복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권 자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20여개 회원기관(은행·보증기금·한국주택금융공사)은 새희망홀씨대출 등 금융소외계층 대출 등 금융지원과는 별개로 ▲ 2019년 1조1천59억원 ▲ 2020년 1조929억원 ▲ 2021년 1조617억원 ▲ 2022년 1조2천380억원 등 4년 연속 1조원 이상을 사회공헌사업에 썼다.
2012∼2025년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설립·운영 지원금(1천750억원)과 펀드 출연금(6천700억원)을 내놨고,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 취약계층 대출과 보증 재원으로서 약 7천억원을 출연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2월에는 '이자 장사' 뭇매 속에 3년간 취약계층에 10조원(보증 재원 승수 효과 포함)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상생 방안도 추가로 발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대로 은행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계속 늘려왔는데, 왜 그렇게 원색적 표현과 함께 악덕 기업으로 묘사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 횡포 주장의 배경에 깔린 '독과점' 지적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수는 개별은행이 정하는 게 아니다.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가 숫자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인데 은행이 독과점한다고 비난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1금융권 은행이 현재 20여개인데, 5대 은행 등만을 지목하며 숫자로 독과점을 따진다면, 현대·기아차나 통신·정유업계는 독과점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올해 초에도 금리 혼란…대출금리, 지표금리의 2.6배 급락
이런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금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가계대출이 많다고 걱정하면서 동시에 금리를 깎으라는 것은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최근 시장금리 상승 등에도 금융 당국은 예금 유치 경쟁을 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출 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라는 당국 요청에 따라 은행들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결국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금리-대출금리)이 커지게 되는데, 또 당국은 예대금리차를 줄이라면서 매달 현황 공시까지 요구한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에 은행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당시 정부의 첫 번째 은행 때리기가 시작되자 은행들이 일제히 가산금리를 깎으면서 대출 금리가 시장(채권) 금리나 코픽스 등 지표 금리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1월 6일과 2월 3일 사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하단은 0.130%포인트(p·연 5.080∼8.110%→4.950∼6.890%) 낮아졌는데, 이는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하락 폭(0.050%p)의 2.6배에 이르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통화 긴축에도 은행 금리가 충분히 떨어지지 못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까지 회복되자, 결국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지던 가계대출 감소세가 주춤해졌고 결국 4월부터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금리를 조절하려고 시도하면 예금 금리와 시장금리, 대출 금리가 연동되는 금리 체계나 자연스러운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부작용 사례의 하나가 대출 증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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