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속열차들의 최첨단 '종합병원'…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입력 2023-11-08 11:00  

[르포] 고속열차들의 최첨단 '종합병원'…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무겁고 복잡한 열차 부품도 로봇·컴퓨터가 알아서 정비
한문희 코레일 사장 "통합안전 플랫폼 구축…가장 안전하게 정비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기존에는 사람이 기중기를 이용해 360㎏의 차륜을 들었다면 이제는 로봇이 들어 올립니다."
지난 7일 오전 경기 고양에 위치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일상적인 차량 정비부터 대규모 수선까지 이뤄지는 고속열차의 종합병원과 같은 곳이다.
축구장 200개에 달하는 부지에 28개 건물이 들어선 이곳은 철도 강국 프랑스의 비샤임 산업테크닉센터와 비교해 넓이는 6배 넓고 건물은 2배 많다.
이곳 경정비동에 위치한 로봇 자동화 설비는 차륜의 내부표면을 가공하기 위한 것으로, 코레일이 지난 2019년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며 설치했다.
윤광호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부장은 "자동화를 통해 업무효율이 20%가량 향상됐다"며 "또 사람이 다가가면 기계가 스스로 작동을 멈추는 등 안전성도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이뤄지는 차량 정비는 크게 경정비와 중정비 두 가지로 구분된다.
경정비는 짧게는 1일, 길게는 16개월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일상적인 차량 정비다. 주행거리에 따라 기본정비(5천㎞), 제한정비(15만∼16만5천㎞), 일반정비(30만∼33만㎞), 전반정비(60만∼66만㎞) 등으로 구분된다.
이날 경정비동에서는 로봇 자동화 설비를 비롯해 각종 정비 기구의 작동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밑으로 떨어지는 작업대의 형태에서 이름을 따온 '드롭핑 테이블'은 KTX의 대차를 분리하고 차축, 견인전동기 교환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거대한 컨베이어벨트처럼 열차의 부품을 분해해 운반하는 기기로 작업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중정비는 사고가 발생한 차량 혹은 수명의 절반(15년)을 넘긴 차량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정비 및 수선 작업을 말한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플라잉 프로브'였다. 열차 제작사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제공하지 않는 기판의 도면을 역설계하기 위한 장치로, 코레일의 자체적인 정비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 설비다.
차상컴퓨터 시뮬레이터는 열차 칸마다 설치된 냉난방 장치, 바퀴에 달린 각종 센서 등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제어하는 시나리오를 시험하는 곳이다. 열차의 각 칸에 있는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10대의 출력을 갖는 KTX 모터의 전원공급장치(모터블록)에 대한 정비도 컴퓨터가 자동으로 수행한다. 장비가 크고 복잡한 만큼 2∼3명의 직원이 3일에 걸쳐 진행해야 했던 작업을 자동시험기는 8시간 만에 완료할 수 있다.
경정비, 중정비 과정에서 필요한 부품은 자동화 창고에 적재돼있다. 직원들은 자재번호를 입력하기만 하면 2분 이내에 원하는 부품을 꺼낼 수 있다.



견학을 마친 뒤 열린 간담회에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철도시설 유지·보수 체계 개편에 대해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철도 안전사고가 증가하자 관제·시설유지보수 기능을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는 현 국가사무를 진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달 말께 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한 사장은 "제 견해를 말씀드린다면 열차는 유지보수와 운행이 통합된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며 "다른 인프라에 비해 (유지보수와 운행 간) 밀접도가 높다"고 했다.
그는 2011년부터 12년째 동결 중인 간선열차 운임에 대해서도 "최근 전기요금, 인건비, 유지비가 많이 올랐다. 금융부채 이자를 감당할 수준의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물가 인상 등 걱정이 있고 철도 경영상태가 원만해 내년 정도면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말을 아꼈다.
한 사장은 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코레일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교통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요 이탈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코레일의 주된 수입원이 KTX인 만큼 수익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대중교통 파이가 커질 수 있어 코레일에도 기회가 커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취임 100일을 맞은 한 사장은 "실시간 고장 예측, 주행 중 결함 내역 전송 등 안전 데이터를 종합 분석할 수 있는 통합 안전 플랫폼을 구축하고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예방 정비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정비를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win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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