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에도 중·러 업고 웃는 김정은…내부 고삐 죄며 핵야망 가속

입력 2023-11-09 20:40  

제재에도 중·러 업고 웃는 김정은…내부 고삐 죄며 핵야망 가속
미중 갈등·우크라 전쟁 등 혼란한 국제정세로 이득
"팬데믹 거치며 내부통제 강화, 핵개발 자신감 얻은 듯"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국제사회의 오랜 제재를 받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고립을 자처했던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와 부쩍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은 더욱 환대받는 모습이다. 이를 활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권력을 강화하고 핵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그(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대북 제재도, 팬데믹도 이기고 살아남았다. 그의 자리에서 누군들 승리감을 느끼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최근 특히 가까워진 북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분열된 국제질서가 어떻게 북한에 도움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제사회의 냉대를 받는 러시아의 처지가 김 위원장에게는 엄청난 행운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2019년 이후 첫 외국 방문이자 역대 최장 방문이었다. 평소 '지각왕'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기다렸다. 김 위원장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자"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신냉전 담론이 부상하는 현실에서 김 위원장이 일찌감치 한쪽 입장을 택함으로써 보상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 기술 발전 지원 의사를 밝혔고, 미국은 북한이 군사 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보냈다며 9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관계도 순풍이다. 중국은 최근 탈북자 수백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는데, 이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큰 승리다. 북·중 교역량도 급증, 9월 교역액은 3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란코프 교수는 중국의 결정을 두고 미·중 간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이제 중국은 미국과 갈등이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대가 없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 등 호전적인 행동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완충지대로 활용해왔다.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김 위원장의 권한이 더 강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디어를 소비하면 최고 사형에 처하는 법을 제정하는 등 내부 고삐를 죄었다.
타운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있다며, 이제는 미국과 합의할 가능성은 포기하고 기본적인 외교정책을 재수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국제문제연구소의 벤처민 카체프 실버스타인은 북한이 적어도 당분간은 중국, 러시아를 넘어선 무역 확장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해외 공관을 폐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는 특히 만장일치제를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에 큰 도움이 된다. 중·러는 주기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골자로 한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
중·러를 등에 업고 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돕기 위해 비밀리에 플루토늄을 직접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구소련 시절 생산해 보유 중인 플루토늄 중 100∼1천㎏을 북한에 넘겨주는 데 기술적인 장애물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서방에서는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에 외부 정보 유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북 제재에 의존하는 현 접근법과 양립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타운 연구원은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도 비교적 통제가 느슨했던 200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맞지 않는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서도 한때 외부 정보에 너그러웠던 시기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서구 결정권자들이 북핵을 실질적으로 위험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때를 놓쳤다고 그는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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