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어오르는 서안지구, 사라지는 팔 공동체…"잔혹행위 기승"

입력 2023-11-10 11:35   수정 2023-11-10 17:16

끓어오르는 서안지구, 사라지는 팔 공동체…"잔혹행위 기승"
"유대인 정착민의 공격 급증, 한달간 220여건…어린이 등 8명 사망"
'나크바의 재앙' 재연되나…"이스라엘군 서안 난민캠프 공습에 14명 숨져"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여파로 요르단강 서안지구도 전쟁터와 같은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으로 팔레스타인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말 극우세력과 손잡고 재집권한 이후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려는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이 잦아졌다.
이 같은 유대인 정착민들의 공격 속도는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해 1천4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이후 2배 이상 빨라졌다고 WP는 전했다.

유엔은 지난 한 달간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유대인 정착민의 공격이 222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어린이를 포함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64명이 다쳤는데 25% 이상이 실탄을 맞았다.
팔레스타인 마을인 움 알-케이르의 주민들은 지난주 군복을 입고 복면을 한 남성들이 들이닥쳐 폭력을 휘들렀다고 말했다. 이들 남성이 구타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게 주민들의 휴대전화를 부쉈다고 전했다.
인근 팔레스타인 마을에서는 비슷한 복장을 한 5명이 소총으로 30대 주민을 폭행했다.
미 CNN 방송은 9일 밤새 이스라엘군이 2대의 무인기로 서안지구 제닌 난민캠프를 공격해 팔레스타인인 14명이 숨지고 최소 20명이 다쳤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소탕을 내세워 서안지구에서 체포 작전과 공격을 반복하고 있다.
유엔은 올해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괴한이 최소 15명의 유대인 정착민을 죽였지만 같은 기간 이보다 훨씬 많은 400명가량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이나 유대인 정착민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파악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 대표는 "서안지구가 끓어오르고 있다"며 "오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없었다면 서안지구에 모든 관심이 쏠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생계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예쉬딘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쿠스라 마을 주민들은 수세대에 걸쳐 내려온 500 그루의 올리브 나무 농장이 파괴된 것을 발견했다. 올리브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다.
유대인 정착민들은 그다음 날 팔레스타인 마을 부린과 후아라 사이에 있는 올리브 나무들을 불태웠다.
유대인 정착민들은 또 다른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주민들이 귀가하지 못하게 바위 장벽을 세우고 접근 시 실탄을 발사했다고 예쉬딘은 전했다.
이런 폭력 사태는 1948년 아랍과 이스라엘의 전쟁 때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지에서 쫓겨난 '나크바'(대재앙)를 상기시킨다고 WP는 보도했다.
서안지구에는 3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과 50만명 이상의 유대인 정착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1월부터 10월 첫째 주까지 최소 1천1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자신들의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지난 한 달 동안에만 900명 이상이 피란을 갔다.
유럽연합(EU)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 서안보호협력단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이후 6개를 포함해 올해 최소 11개의 팔레스타인 마을이 완전히 버려진 상태가 됐다.
서안지구의 남헤브론 구릉지에는 약 4천명의 팔레스타인이 살고 있는데, 유대인 정착민 지도자들과 이스라엘 정부 각료들은 이제 공공연히 이스라엘 땅의 일부라고 말한다.
극우 성향인 베잘렐 스모트히리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지난 6일 네타냐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올리브 수확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정부가 (유대인) 공동체 주변에 '무균 보안 구역'을 만들고 아랍인들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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