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자 4원칙' 레드라인 쐐기…네타냐후 외면, 커지는 파열음

입력 2023-11-13 11:26   수정 2023-11-13 12:02

美 '가자 4원칙' 레드라인 쐐기…네타냐후 외면, 커지는 파열음
재점령 불가 등 "선 넘지 말라" 메시지…이스라엘과 불협화음 속 불확실성 고조
네타냐후, '트럼프 재선' 베팅? 제갈길 가나…엇박자 지속시 파문 확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미래 구상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를 골자로 한 이른바 '가자 4원칙'을 선언, 이스라엘이 넘어선 안 될 '레드라인'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탸나후 이스라엘 총리는 정부는 미국이 원하는대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넘길 수는 없다며 마이웨이를 고수, 반목을 이어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방영된 CBS 방송의 '페이스더네이션'(Face the Nation)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의 미래상과 관련한 미 정부의 기본원칙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가자지구 주민의 가자지구 외부로의 이주 등) 불가 ▲미래 테러 세력의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의 '영역(territory) 축소' 불가 등 4가지이다.

특히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서안(요르단강 서안)과 가자가 팔레스타인인의 리더십 하에서 다시 연결되고 통일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현재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 중인 PA가 두 영토를 모두 통치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러한 4개 원칙은 PA에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넘길 수 없다면서 전후에도 이 지역에 군을 주둔시킬 가능성을 언급 중인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견제의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저녁 연설에서 PA가 가자지구를 넘겨받으면 "당국이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을 혐오하고 죽이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그곳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12일 NBC와 CNN 등 미국 방송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PA가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란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실패했다"면서 전후 가자지구는 '다른 당국'(different authority)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PA는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천40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살해한 사건조차 규탄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네타냐후 총리의 지적이다.
요컨대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은 가자지구를 당장 팔레스타인 측이 통치하게 한다면 하마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머지않아 다시 득세해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PA에 통제권을 넘길 수 없다면서도 가자지구를 앞으로 누가, 어떻게 통치하게 될 것인지와 관련해 이스라엘 측이 명확한 구상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자지구를 점령한 뒤 이곳에 다시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고 팔레스타인계 주민을 몰아내는 인종청소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네타냐후 정권의 한 축이 돼 온 강경 극우 세력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내놨고, 최근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난민촌에 피란민 수십만명을 임시수용하는 방안을 여러 국가에 비공개로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설리번 보좌관이 천명한 4개 원칙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와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불가는 이런 움직임이 더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하마스의 기습을 막지 못한 책임론이 대두돼 정치생명이 끊길 위험에 놓인 네타냐후 총리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그은 레드라인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 11월 미국 차기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CNN 등이 진행한 가상대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리는 양상을 보여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승리'에 베팅한 채 마이웨이를 고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앞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달 초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당시 네타냐후 총리에게 '후임 문제'를 거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실이라면 네타냐후 총리를 더욱 자극했을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계속 미국과 엇박자를 연출하며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통제권을 고수할 경우 역풍에 직면, 중동 정세가 더욱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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