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RE100 장벽 허무는 SK에코플랜트…중소·중견기업 '수출지원'

입력 2023-11-14 13:00  

[르포] RE100 장벽 허무는 SK에코플랜트…중소·중견기업 '수출지원'
창원그린에너지센터…재생에너지 접근 어려운 기업들에 '구원투수'
건설기업서 환경기업으로…"순환경제 구축"
SK오션플랜트, 2천t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오차범위 2㎜이내로…"아시아 1위"

(창원·고성=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2021년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사업 노선을 전격 전향하며 23년 만에 사명을 바꾼 SK에코플랜트.
'순환경제 구축'을 기치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장벽을 낮추고 해상풍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분주한 현장 2곳을 직접 찾았다.



◇ 창원그린에너지센터…중소·중견 RE100 구원투수로
지난 9일 창원 의창구 북면 동전일반산업단지 내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
곧장 2층으로 올라가 통합관제센터에 들어서자 벽면 1개면 전체가 디지털 화면으로 구성돼 센터 내 신재생에너지 수요 및 공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반대쪽 벽으로 다가가 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이제 일반인의 눈에도 익숙한 태양광 패널이 열을 맞춰 늘어선 풍경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하늘을 향해 아지랑이를 피워올리는 수소연료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야외 실험실처럼 보이는 수전해기 장치 등이 빼곡했다.
이 센터는 산단 내 입주기업의 지붕과 인근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생산한 후 이를 산단 중소·중견기업 4곳에 직접 공급하고 있다.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다수의 수요처와 1대 N 방식으로 직접 전력 거래계약(PPA)을 맺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국내 최초의 현장이다.



1대 1 PPA는 수요 기업 한 곳이 공급처가 발전한 물량을 모두 구매해야 하는 만큼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기업 등에 적합하다.
반면 1대 N 방식의 경우 각 기업이 원하는 비율만큼 전력을 구매할 수 있어 단계적으로 RE100을 수행하는 중소·중견기업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통상 재생에너지 전기 가격은 일반 전기의 2배 수준인데, 이 센터는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만든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해 수익을 확보,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가를 일반가 정도로 낮췄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들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추세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발전소 구축 등에 소요되는 막대한 초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중견기업들에 RE100은 여전히 높은 문턱일 수밖에 없고, 이는 수출 판로를 잃는 위기로도 연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가 중소·중견기업들의 '구원 투수'로 나선 셈이다.
오승환 SK에코플랜트 분산에너지사업 담당임원은 "SK에코플랜트의 RE100 사업은 단순히 전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가 수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돌파구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애플, 폭스바겐, 벤츠 등 글로벌 기업에서 협력사에도 RE100을 요청하는 만큼 국내 수출 기업들의 생존과 해외 시장 돌파를 위한 열쇠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산단 내 건설기계 부품 전문 수출기업인 현대정밀은 센터와 PPA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받으면서 위기를 넘긴 대표 사례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글로벌 기업 한 곳이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활용을 요구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센터의 RE100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28%를 태양광 발전으로 채울 수 있게 됐다.
오정석 현대정밀 대표는 "고객사의 RE100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거래 자체를 하지 못한다. 예전에는 권고 사항이었지만 지금은 요구 사항"이라며 "저희 같은 중소·중견업체들에는 상당히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 계약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의 RE100 지원이 숨통을 트여줬다"고 강조했다.



SK에코플랜트는 재생에너지 설비와 여러 전력 거래 계약을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하는 'RE100 플랫폼'을 구축했고, 나아가 고객별 특성에 맞춰 태양광과 풍력, 소수력, 바이오매스 등 여러 재생에너지원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솔루션도 준비하고 있다.
또 기상 상황과 시간, 계절 등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소규모 발전소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가상발전소(VPP) 기반의 전력 중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기반 입찰플랫폼 '파워젠'(Power Zen)의 정교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 세계로 뻗는 환경사업…해상풍력 활성화 첨병으로
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 차로 1시간여를 달리자 구불구불한 해안도로 너머로 SK의 상징색인 오렌지색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위치한 이곳이 바로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이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당당히 아시아 1위에 오른 SK오션플랜트의 제1야드다.
42만㎡ 규모의 부지에 들어서자 속이 빈 원통 모양의 커다란 강관 수십 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고개를 돌리면 두께가 최대 15㎝에 달하는 대형 강판을 J형에서 C형으로, 이어 완벽한 O형으로 구부리는 JCO 공정이 한창이었다.



둥그렇게 말린 대형 강관들은 SK오션플랜트의 주력 생산품인 '재킷'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재킷은 고정식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로, 수심 30m 이내의 얕은 바다에 설치되는 지지대 1개짜리 모노 파일과 달리 3∼4개의 지지대를 갖춰 안정성이 뛰어나다.
한 기의 높이는 최대 100m, 무게는 2천t에 이르는 초대형 구조물이지만 고압, 고중량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정교한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강관 정밀도는 오차 범위 2∼5㎜ 수준으로 관리되는데, SK오션플랜트는 '정도 관리'를 통해 재킷에 쓰이는 230여개 강관 모두의 오차 범위를 1∼2㎜ 내외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전명우 SK오션플랜트 풍력생산본부장은 "용접 과정에서 미세한 공극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품질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재킷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부식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초음파, 마그네틱 검사 등 촘촘한 품질 검사 과정을 통과한 강관만 재킷 제조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제1야드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15분 남짓 이동하면 51만㎡ 규모의 제2야드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는 제1야드에서 생산한 강관을 조립·용접해 재킷을 만들고 배에 실어 수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높이가 짐작되지 않는 초대형 크레인들 사이로 샛노랗게 칠해진 크레인들이 늘어선 정경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5.6기가와트(GW) 규모로 발주된 대만 해상풍력 시장에서 SK오션플랜트는 재킷 총 193기를 수주하며 하부구조물 시장점유율 44%를 차지했다.
전명우 본부장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해상풍력 재킷은 100% 수출됐고, 이번에 제작한 것도 대만으로 수출하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SK오션플랜트는 몰려드는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157만㎡ 규모의 제3야드를 건설하고 있다.
또 국내 해상풍력 핵심 기자재 기업 24곳과 함께 외주 제작 체계를 구축해 사외 부지 185만㎡를 확보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와 SK오션플랜트는 국내 최초로 발전 용량 500메가와트(㎿)급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짓는 '안마 해상풍력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본격화를 앞둔 국내 해상풍력 시장 역시 선점했다.
이승철 SK오션플랜트 대표는 "SK에코플랜트의 최종 목표는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그것의 저장과 수송을 용이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해상풍력은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SK오션플랜트는 그러한 해상풍력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라고 전했다.


yd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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