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키프로스서 수상한 돈거래…첼시 전 구단주도 연루"

입력 2023-11-15 18:12  

"푸틴 측근, 키프로스서 수상한 돈거래…첼시 전 구단주도 연루"
국제탐사취재 프로젝트 '키프로스 기밀파일' 통해 드러나
"아브라모비치, 러 광고기업 지분 푸틴 측근들에게 '헐값 매각'"
"러시아 재벌들, 우크라전 제재 피해 키프로스 통해 수억 달러 빼돌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푸틴의 지갑'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팀의 전 구단주로 유명한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수천만 달러의 비밀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 방송은 국제적 탐사취재 프로젝트인 '키프로스 기밀파일'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등이 주도하는 '키프로스 기밀파일'은 페이퍼 컴퍼니 관련 역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프로스 기업 등에서 유출된 약 360만 건, 1.31테라바이트(TB) 분량의 방대한 기업 기밀 파일을 근거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등의 비밀 거래를 파헤치는 작업이다.
BBC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가 일련의 페이퍼 컴퍼니들을 통해 사실상 소유한 페이퍼 컴퍼니 '피노토 홀딩스'와 '그로소라 홀딩스'는 2003년 러시아 광고 대기업 '비디오 인터내셔널'의 지분을 12.5%씩 총 25% 사들였다.

양사의 지분 매입 금액은 각각 13만 달러씩 총 26만 달러(약 3억4천만원)였다. 당시 비디오 인터내셔널이 러시아 정부와 매우 가까운 러시아 국내 TV 광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말도 안 되는 헐값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비디오 인터내셔널의 2010년 매출액은 30억 달러(약 3조9천억원), 2010년까지 양사에 지급한 배당은 총 3천만 달러(약 39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2010년 양사는 비디오 인터내셔널 지분을 시장에서 평가된 기업가치보다 훨씬 적은 겨우 2천만 달러씩 총 4천만 달러(약 520억원)에 동시에 팔았다.
이들로부터 비디오 인터내셔널 지분을 사들인 곳은 세르게이 롤두인이 명목상 소유주인 키프로스 내 기업 '메드 미디어 네트워크', 그리고 알렉산데르 플레코프와 관련된 키프로스 기업 '나미랄 트레이딩'으로 확인됐다.
푸틴의 40여년 절친인 러시아 첼로 거장 롤두긴과 사업가인 플레코프는 모두 푸틴의 자산을 대신 관리하는 '푸틴의 지갑'으로 알려져 온 인물이다. 롤두긴은 미국·유럽연합(EU)·영국, 플레코프는 영국으로부터 각각 제재를 받은 상태다.
이들은 이처럼 헐값에 비디오 인터내셔널 지분을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의 공식적인 대통령 월급은 2021년 기준 10만 달러(약 1억3천만원)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각종 페이퍼 컴퍼니와 측근 명의를 통해 은폐한 실제 자산은 약 1천250억∼2천억 달러(약 163조∼261조원)에 이른다는 관측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BBC는 전했다.
앞서 스위스 검찰은 비디오 인터내셔널의 지분을 소유하고 배당금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메드 미디어 네트워크와 나미랄 트레이딩의 계좌를 개설해준 러시아 가스프롬은행 스위스 지사 직원 4명을 롤두긴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했고, 스위스 법원은 지난 3월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스위스 검찰은 이들 4명을 기소하면서 롤두긴과 플레코프를 관련 자산의 실소유주가 아니라 '바지사장'이라고 적시했다고 BBC는 지적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키프로스 기밀파일 탐사취재를 통해 작년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러시아 억만장자 104명 중 약 3분의 2와 그의 가족들이 키프로스 내 역외 서비스 기업들의 고객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파일에서 확인된 러시아 고객 중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를 받은 인사도 71명에 달했다.
이처럼 러시아 재벌들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키프로스를 통해 EU로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키프로스는 EU 회원국이지만 오랫동안 러시아 재벌들이 자산을 유럽으로 빼돌리는 관문으로서 역외 금융센터 역할을 해왔다.
이 중 푸틴 측근이자 러시아 최대 갑부로 꼽히는 알렉세이 모르다쇼프는 EU 제재를 받은 당일 10억 파운드(약 1조6천억원)를 한 상장회사로 송금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세계적 회계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키프로스 법인 등이 이 과정을 도운 혐의로 키프로스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르다쇼프 관련 기업들이 러시아 전문가로 유명한 유명 독일 언론인 후베르트 세이펠에게 푸틴 관련 책 2권을 쓰도록 지원하기 위해 60만 유로(약 8억5천만원)를 비밀리에 송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밖에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을 소유한 기간 에이전트와 스카우트, 클럽 직원들에게 수천만 달러를 역외에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 정부는 영국 정부의 기술적 지원을 받아 제재 집행 기관을 내년에 개설하는 등 자국 금융업과 러시아 재벌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키프로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지난 3월 집권한 우리 정부의 전략은 제재 회피와 법 위반 우려가 있는 문제에 대한 불관용 정책이며, 나아가 신뢰할 수 있는 금융센터로서 키프로스의 이름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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