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구동존이'로 실질 합의…관계 안정화 향해 첫발

입력 2023-11-16 13:05   수정 2023-11-16 15:48

바이든-시진핑 '구동존이'로 실질 합의…관계 안정화 향해 첫발
대선·경제 등 난제 안은 두 정상, 경쟁 관리·충돌 방지 '의기투합'
전략경쟁 본질은 불변…美 한반도비핵화 강조했지만 일치점 못찾은듯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미중정상회담을 관통한 키워드는 '구동존이(求同存異)'라고 부를 수 있다.
구동존이는 '공통점을 찾고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둔다'는 의미로 중국의 오랜 외교 원칙으로 자리해온 것인데, 이날 회담에서 모처럼 먼지 쌓인 역사의 서고에서 나온 듯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안의 풍광 좋은 사유지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만난 양 정상은 치열한 전략경쟁이라는 양국 관계의 본질은 그대로 둔 채 충돌을 막고,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의 일부 합의를 도출했다.

◇군사소통 채널 회복으로 무력 충돌 방지 '가드레일' 진전
대표적인 예가 군대군(軍對軍) 대화 재개 합의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협력 합의다.
중국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며 미중간 대화와 협력 채널을 대거 단절했는데 그때 단절 대상으로 포함된 것이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군사안보 협의체 회의, 전구 사령관 간의 통화 등이었다.
당시 중국은 또 양국간 불법 이민자 송환 협력, 형사사법 협력, 다국적 범죄 퇴치 협력 등과 함께 마약 퇴치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날 미중정상의 군대군 대화 재개 및 펜타닐 관련 협력 합의는 양국 관계를 펠로시의 대만 방문 이전으로 돌려놓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나는 위기가 발생하면 전화기를 들고 서로 직접 통화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군사 핫라인 수준을 넘어 정상간 핫라인을 만들겠다는 취지로까지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군사대화 재개 합의는 양국 관계의 충돌을 방지하는 '가드레일' 구축의 의미가 있었다.
미중간 군사 및 정상간 핫라인은 결국 남중국해, 대만해협 주변 등에서 양국 군함과 군용기 사이의 신경전이 불시의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막는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의 관리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시 주석도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 정상 모두 양국이 오해와 오판에 의한 예기치 않은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고, 그것이 군 당국간 채널 복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대만 문제도 '당분간 중대한 현상변경을 말자' 암묵적 동의 한 듯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이날 논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입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시 주석에게 국내적으로 중대 성과로 포장할 수 있는 '선물'을 줬다.
반대로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 원칙은 유지하되, 향후 수년 안에 대만에 대한 대대적 군사행동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고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결국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미중 갈등의 최대 화약고인 대만과 관련해 당분간은 서로 중대한 현상변경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미중 전략경쟁 본질은 불변…북핵 대응 논의 진전 없는듯
이날 합의는 양국이 국운을 건 치열한 전략 경쟁의 본질과 관련된 내용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모두발언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의 책임 있는 관리"를 거론한 반면, 시 주석은 "대국간 경쟁은 시대의 대세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미중전략경쟁을 둘러싼 현저한 인식 차이를 재확인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공약을 언급했지만, 북한의 반복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등 도발 행위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담은 입장은 이번에 양측 발표에 없었다.
또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부과한 고율 관세 폐지나, 첨단 반도체 장비 등의 대중국 수출 통제 등에 있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대선·경제 고전하는 양 정상, 미중관계 안정화에 이해 일치
그럼에도 그간 미중관계가 갈등 일변도 양상 속에 최소한 공조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합의들은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어 보인다.
양 정상이 일부 '공약수'를 찾고, 회담장 주변을 산책하는 등 모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가며 성과 있는 회담으로 만들려 애쓴 것은 각자 처한 국내외적 위기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발을 담근 상황에서 중국과의 갈등 심화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또 CNN, 뉴욕타임스 등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11월 대선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주자들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 주석은 '포스트 팬데믹 원년'인 올해 정상적인 성장궤도로 복귀를 도모하고 있으나 부동산 버블 붕괴 위기, 청년 실업률 상승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의 대외 현안인 중국과의 관계만큼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내년 대선 선거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이번 회담에 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 주석은 미중관계 안정화를 통해 미국의 첨단 기술 분야 대중국 견제와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의 예봉을 무디게 함으로써 내부 경제 성장세 회복에 전념할 환경을 만들려는 의중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이 관계 안정화를 향해 한 발을 내디딤에 따라 미중 갈등 심화 속에 부침을 거듭했던 한중관계도 개선의 흐름을 탈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된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 한국이 개최할 예정인 차기 한일중 3국 정상회의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어 보인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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