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만년 사람 부족…오래 고용하는 것이 살길"

입력 2023-11-21 12:00  

"중소기업은 만년 사람 부족…오래 고용하는 것이 살길"
특수셔터 생산업체 '요코비키셔터'…직원 53%가 60대↑
사장 "정년 맞이했다고 해서 능률·능력 떨어지지 않아"
최고령 직원 "아직도 배워…건강할 때까지 일하고 싶다"


(도쿄=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중소기업은 만년 사람이 부족합니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특수셔터 생산업체 '요코비키셔터'의 이치가와 신지로 사장이 고령자를 고용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내놓은 답이다.
계속고용 우수기업으로 평가받는 요코비키셔터는 전체 직원이 34명인 중소기업이다.
직원을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18명(53.0%)으로 가장 많다. 이어 40대 6명, 50대 5명, 30대 4명, 20대 1명 순이다.
평균연령은 57.9세고, 최고령 직원은 81세다. 2년 전까지만 해도 95세인 직원이 요코비키셔터에서 일했다고 한다.
요코비키셔터는 정년을 70세로 정하되, 재고용과 고령자 채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치가와 사장은 정년을 채운 직원을 재고용하거나 고령자를 채용할 때 면접을 통해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지', '기존 직원과 협력할 수 있는지',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지' 등을 체크한다.
고령 직원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몸이 아플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요코비키셔터는 건강검진이나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달에 하루씩 병가를 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나아가 이치가와 사장은 직원들과 잡담하면서 건강정보를 파악하고, 사무실 환경을 개선하는 데 공을 들인다고 한다.

요코비키셔터는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다.
다만 직무, 근로일수, 근로시간 등에 따라서는 급여가 조정된다.
예를 들어 '후배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직무가 추가되면 월급이 오히려 올라간다.
이치가와 사장은 "옛날에는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전해주고 나면 자신이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불안이 있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노인 취급하지 않고 젊은 직원과 똑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가 사장이지만 고령자에게는 항상 존댓말을 쓴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령자는 금방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연령과 관계없다. 정년이 지났더라도 능률과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고령자를 채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중소기업가동우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기업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당 일자리 개수를 비율로 나타낸 수치)은 2020년 8.62배, 2021년 3.40배, 작년 5.28배, 올해 5.31배로 집계됐다.
요코비키셔터도 마찬가지다.
이치가와 사장은 "젊은 인재는 대기업에 쏠리기 때문에 채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지금 있는 직원을 오랫동안 고용하는 것이 중소기업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하려는 의욕만 있으면 어느 직무든 고령자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00인 기업까지는 제가 하는 방식이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직원들도 회사 방침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희끗희끗한 머리. 이마에 깊게 팬 주름. 관자놀이에 더러 핀 검버섯.
요코비키셔터 최고령 직원인 가나이 노부하루(81)씨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한 계속 일하고 싶다"라며 "(이전 회사에서만) 44년을 일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다. 배워나가는 것이 보람으로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가나이씨는 "현재 일본에는 고령이더라도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그 사람들에게 활약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회사를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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