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흑연 수출통제 앞 한국에 '괜찮다' 신호 보낸 중국

입력 2023-11-22 11:20  

배터리흑연 수출통제 앞 한국에 '괜찮다' 신호 보낸 중국
'공급망 안정 협력' 우호 제스처 해석…한중관계 '관리 국면'
미중 정상회담 통한 '경쟁관리' 기류도 '韓 유탄' 우려 낮춰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중국 당국이 내달부터 자동차 배터리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 통제에 들어가는 가운데 한국 기업만 불러 자국 수출 통제 정책 집행 방향을 설명하는 별도의 행사를 열었다.
미국과 전략 경쟁 와중에 핵심 광물 수출 무기화 카드를 노골화한 중국이 특정 교역국 기업만을 상대로 이런 성격의 행사를 여는 것은 처음이어서 중국 당국이 한국 측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21일 베이징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국 기업 대상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중국 상무부 관계자들은 설명회에서 "이중 용도 품목 수출 통제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알지만 중국 법률을 지키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 없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가진 우려를 불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행사 참석자들은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또 신뢰도가 인정된 기업에는 일괄 수출 허가를 통한 수출 간소화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중국이 올해 일련의 조치를 통해 자국이 공급망을 틀어쥔 핵심 광물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안팎에 발신한 가운데 기업을 다독이는 성격의 행사가 한국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열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8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다. 이어 12월부터는 자동차용 배터리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 통제가 시작된다.
당장 총을 쏘는 것은 아니지만 총알을 장전한 권총을 흔드는 것에 비유되는 조치다.
세계 반도체·배터리 업계에서는 중국이 선별적으로 자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나라 기업을 상대로 수출 허가를 불허할 경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중국발 공급망 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갈륨·게르마늄은 미국 등이 주도하는 미래 반도체 연구개발에 주로 쓰여 국내 수요가 많지는 않다. 이보다는 이차전지 산업 중요 소재인 흑연 수출 통제 시행 이후 상황에 관한 우려가 컸던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궁극적으로 미국 압박 목적으로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일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선별적 수출 통제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석되는 만큼 향후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미국에 공장을 둔 우리 배터리 기업으로의 수출 허가가 지연·반려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배경 속에서 중국이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망 안정 불안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취지의 정책 설명회를 따로 연 것은 한국 측에 우호의 제스처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정책 설명회는 여러 양자 접촉 계기 우리 정부가 중국에 '투명한 수출 통제 집행'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중국 측이 여기에 화답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우리 정부는 지난 10월 말 다롄에서 열린 '환황해 경제·기술 교류회'를 계기로 열린 한중 산업 국장급 협의에서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가 세계 배터리 공급망에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식 제기했다.
당시 우리 측은 중국이 수출 통제 적용 지침 설명회를 여는 등 정책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외교가에서는 중국 측의 이런 움직임이 지난 6월 '싱하이밍 사태'로 바닥을 찍은 한중 관계가 서서히 회복돼 '관리 모드'로 돌아서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부적절한 발언 사태로 한중 관계가 크게 악화했지만 한중 양국이 이후 다층적인 양자 접촉을 통해 경제·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공동 이익 근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별도의 정상 회담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최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장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반가운 표정으로 만나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 대중 수출 통제 체제를 고도화하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우방을 결집한 대중 압박 연대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과 안정적 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있다.
통상외교 고위 소식통은 "중국과의 여러 양자 접촉 계기에 양국 간의 경제 협력이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핵심 축이라는 점에 관해 양측이 공감대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성사된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 정상이 수출 통제, 대만 문제 등 핵심 분야 이견에도 양국 관계 안정화를 강조하면서 갈등 관리에 나서기로 한 것도 미중 갈등 격화 와중에 한국 기업에 '유탄'이 튈 가능성을 낮추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불가능하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하면서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중국도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와중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국과 관계 개선 필요성이 있다"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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