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정권, 미스유니버스 우승자 벽화까지 검열?

입력 2023-11-23 04:14  

니카라과 정권, 미스유니버스 우승자 벽화까지 검열?
벽화 예술가들 "당국서 불허…누군가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인 듯" 주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정권에 쓴소리를 내는 종교계·시민단체·언론 등을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중미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가 이 나라 첫 미스유니버스 1위 수상자 벽화까지 검열했다는 논란이 현지에서 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일간지 라프렌사와 EFE 통신 등에 따르면 '빈크 아트'와 '토치 미스티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벽화 작가 케빈 라구나 게바라와 오스카 다닐로 파리야 블란돈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니카라과 출신 미스유니버스의 벽화 작업을 당국으로부터 금지당했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들은 셰니스 팔라시오스의 미스유니버스 1위를 기념하기 위해 수도 마나과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에스텔리의 한 사유지에서 그림을 그리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제지당했고, 중단된 벽화에는 다시 하얀색 페인트가 덧칠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예술가들은 "사유지 주인으로부터 허락받았고, 벽화를 끝까지 완성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일부 사람들이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해당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현재는 비공개되거나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팔라시오스는 지난 18일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72회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니카라과에선 처음으로 왕관을 차지했다.
그는 다른 2명의 결선 진출자와 함께 '1년간 다른 여성의 입장에서 살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페미니즘 선구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18세기 영국 작가이자 사상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를 꼽기도 했다고 라프렌사는 보도했다.
팔라시오스는 최근 정부에서 몰수해 국가 소유로 돌려놓은 예수회 설립 센트로아메리카나 대학을 졸업했다. 센트로아메리카나 대학은 올해 카시미로 소텔로 몬테네그로 국립대학으로 변경됐다.
통산 20년 넘게 집권 중인 오르테가 대통령은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와 단체 등을 억압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언론사 문을 닫게 하거나 방송 송출을 끊어 버리는가 하면 수천 개의 비정부기구(NGO)를 없애고 가톨릭 주교를 투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만, 이번 벽화 작업의 경우 정확히 어떤 경위로 중단된 것 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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