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바다에 기쁨 한방울"…잠깐의 행복 누린 이-팔 주민들

입력 2023-11-25 11:52   수정 2023-11-25 13:22

"슬픔의 바다에 기쁨 한방울"…잠깐의 행복 누린 이-팔 주민들
인질·수감자 석방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민 환호·안도
풀려난 인질 가족 "전원 돌아올 때까지는 축하하지 않겠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가자지구 일시휴전으로 이스라엘 인질 1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이 24일(현지시간) 무사히 풀려나자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은 기쁨과 안도감으로 이들을 맞이했다.
지난 48일 간 전쟁의 공포와 비극에 시달리던 양쪽 주민들은 오랜만에 잠시 시름을 잊고 무사히 돌아온 이들을 반겼다.

이날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 13명 중 8명이 이송된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의 슈나이더 아동 의료센터 바깥에는 시민들이 잔뜩 몰려들어 이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인질들을 태운 헬기가 병원에 착륙하자 이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 응급실에서 피해자들을 치료했다는 인근 병원 응급실 간호사 엘레나는 "이건 슬픔의 바다에 떨어진 기쁨 한 방울"이라며 "이 순간을 내 눈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질·실종자 가족 협회 관계자도 미국 CNN 방송에 "그들은 방금 49일 만에 처음으로 저녁을 먹었다"며 "흥분되면서도 감정적이 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남부 인근의 니르 오즈 키부츠(집단농장)는 주민 약 400명 중 77명이 납치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1차로 풀려난 13명이 모두 이곳 출신으로 확인되면서 이날만은 기쁨에 휩싸였다.
공격 이후 에일랏 시의 한 호텔에서 피란 생활을 하던 이 키부츠 주민 약 70명은 호텔 로비에서 뉴스를 보다가 친구와 이웃들이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렀다.
니르 오즈 키부츠 주민 이리트 라하브는 "한편으로는 정말 기쁘고 흥분되고 안심되며,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나머지 (인질)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또 텔아비브 중심가 텔아비브 미술관 근처 광장에도 수백 명이 모여 유대인 전통 노래를 부르다가 인질 석방 뉴스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 광장은 이번 전쟁 들어 인질 가족들의 시위 장소가 돼 '인질 광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특히 인질 240여명을 나타내는 240개의 빈 의자가 놓인 빈 저녁 식탁 전시물은 이번 인질 사태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됐다.
납치됐던 아내 도론과 딸 라즈, 아비브가 이날 모두 풀려난 요니 애셔는 가족들이 차량에 타고 이스라엘 쪽으로 인계되는 영상을 보고 "내 가족이 돌아와서 기쁘다"며 "이제 내가 기뻐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됐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 자식들, 아버지들과 어머니들, 자매들이 지금 이 순간 붙잡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나는 납치된 마지막 한 명이 돌아올 때까지는 축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이 풀려난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등지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예루살렘 외곽 검문소에서는 팔레스타인 환영 인파가 모여 노래 부르고 박수치고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가운데 수감자들이 석방돼 가족들과 만났다.
이들은 수척하고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팔레스타인, 일부는 하마스 깃발을 두르고 사람들이 태워주는 목말을 탄 채 연신 손가락으로 승리의 V 표시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폭죽이 밤하늘을 밝히고 팔레스타인 투쟁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17살 소년 자말 브라흐마는 몰려든 취재진과 수천 명의 군중 앞에서 "할 말이 없다. 신에게 감사드린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봄 집에서 체포돼 기소나 재판 없이 수감된 아들 자말을 7개월 만에 되찾은 아버지 칼릴 브라흐마도 "다시 그의 아버지가 되고 싶을 뿐"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수감자가 풀려난 서안지구 중심도시 라말라 인근의 이스라엘 오페르 교도소 주변에서는 석방 축하 행사를 막으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지시에 이스라엘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 젊은이와 노약자들이 눈물범벅이 돼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시위 도중 체포됐다가 이날 풀려난 18살 소녀 누르 알 타헤르의 친구인 마이스 포카하는 알 타헤르의 품에 뛰어들면서 "오늘은 우리 승리의 날"이라며 "(이스라엘)군이 이 순간을 우리로부터 빼앗아 가려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고 환호했다.

한편 2015년 16살 때 이스라엘 경찰관을 칼로 공격했다가 8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마라흐 바키르는 이날 풀려난 뒤 예루살렘의 어머니 집에 도착했다.
그는 "(휴전·석방) 합의 소식은 놀라웠다"며 "많은 사람의 죽음 뒤에 이번 합의가 나와 우리는 기쁘지 않고 편안하지 않다"고 BBC에 말했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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