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 빚이 한달만에 5천만원…"나체사진 뿌린다" 협박·추심

입력 2023-11-30 12:00  

15만원 빚이 한달만에 5천만원…"나체사진 뿌린다" 협박·추심
'현금 박스 던지기' 수법으로 이자수익 숨겨…국세청, 불법사금융 사례 공개
저축은행 사칭해 '햇살론' 중개하고 수수료 수십억원 챙기기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A는 20∼30대인 지역 선·후배를 모아 조직을 만든 뒤 비대면·점조직 형태의 불법 사채업을 시작했다.
정기적인 소득이 적어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취업준비생이나 주부 상대로 2천%에서 무려 2만8천%에 달하는 이율로 돈을 빌려줬다.
이들은 대포통장 등 차명계좌로 이자를 받았고 특정 장소에 현금 박스를 두면 중간책이 수거하는 이른바 '현금박스 던지기' 수법으로 수입 내역을 철저히 숨겼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면 채무자의 얼굴과 타인의 나체를 합성한 전단을 가족·지인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했다.
국세청은 A의 불법 사금융 운영과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 매시간 연체료 매긴 악질 사채업자…이자 수입은 빼돌려
30일 국세청이 공개한 불법 사금융 사례를 보면 단순한 탈세를 넘어 살인적인 초고금리, 대포폰·차량, 폭력·협박, 사칭 등 불법 행위가 넘쳐났다.
B가 조직한 불법 사채조직은 120여명 규모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사무실을 옮겼고 조직원끼리도 서로 가명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부 이자율은 5천%를 넘었고 시간당 연체료까지 붙어 상환액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커졌다.
7일 만기로 빌린 15만원이 한 달 만에 5천만원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이들은 빚을 제때 갚지 못한 채무자 사진을 수배자 전단으로 합성해 협박했다. 채무자의 신생아 자녀를 들먹이며 빚을 독촉하고 여성 채무자에게는 인신매매 위협을 가했다. 결국 한 채무자는 빚 독촉을 못 이겨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B는 사채 이자소득 등을 전액 신고 누락하고 일가족·지인 명의로 음식점 등을 운영하면서 대부 이자 수입을 교묘히 세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조직의 자금관리책인 배우자 C는 일반음식점으로 위장한 불법 도박장을 설치하고 대부 수입으로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운영 수입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정책 금융상품을 저축은행 상품인 척 소개하고 중개료 착취
D는 저축은행을 사칭하며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따로 중개가 필요 없는 서민금융진흥원의 금융상품 '햇살론'을 중개한 뒤 수십억 원의 중개 수수료를 챙겼다.
불법 대부 중개를 하면서 알게 된 저신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수억원을 받고 팔아넘기기도 했다.
E는 대부업을 하면서 사주 일가가 소유한 해외 특수관계법인에서 높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하는 수법으로 소득을 국외로 빼돌렸다.
E로부터 추심 용역을 받은 업체는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의 자녀 질병 정보를 수집해 채무자의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빚을 독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당포를 운영하는 사채업자 F는 친인척 명의의 계좌에 이자 수익을 숨긴 뒤 33회에 걸쳐 소득이 없는 자녀의 해외여행 비용을 대줬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F는 채무자가 원금 상환을 하지 못해 담보 물건을 경매 처분하면 이를 자녀 명의로 낙찰받는 방법으로 부동산 취득 자금을 편법으로 증여하기도 했다.
G 대부법인은 대외적으로 브랜드 평판이 상위에 속하는 업체로 불법 추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위장법인을 중간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추심 용역을 주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대부업은 지속적으로 세무조사를 해 온 대표적인 민생 업종"이라며 "이번 조사는 범정부 차원의 불법 사금융 근절 대응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사 규모를 키우고 방식도 다양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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