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용불량자 900만명 육박 코로나 이후 최다…4년간 50% 급증

입력 2023-12-04 10:25   수정 2023-12-04 15:25

中 신용불량자 900만명 육박 코로나 이후 최다…4년간 50% 급증
모바일 결제 규제 등 경제 활동 제약…"경제 회복 발목잡을 것"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에서 채무 상환을 못 해 블랙 리스트에 오른 신용불량자가 약 4년 새 50% 급증, 900만 명에 육박하면서 경제 회복 발목을 잡고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4일 보도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중국 법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채무 상환 불능 상태로 블랙 리스트에 올라 각종 경제 활동이 제한된 신용 불량자가 854만 명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 규모이며,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2020년 초 570만과 비교하면 약 4년 새 49.8% 급증한 것이다.
대부분 신용 불량자 연령은 18∼59세로, 중국 노동인구의 1%를 차지하며 상환하지 못하는 주요 채무는 주택 담보 대출금과 사업 대출금이다.

중국 당국이 2020년 하반기 부동산 과열 억제를 위해 강력한 규제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데다 코로나19 확산과 엄격한 방역 통제에 따른 경제 충격의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신용불량 블랙 리스트에 오르면 항공권 구매 등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현금보다 더 대중화된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페이 등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쇼핑 등 경제 활동이 엄격히 규제된다.
신용 불량자 급증은 중국 경제 부진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당국이 내놓은 다양한 촉진책에도 불구하고 소비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자 신뢰 부족에 직면한 중국 경제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콩 항셍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단은 "중국의 신용 불량자 급증은 주기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 고도성장과 부동산 시장 활황 속에 대출 열풍이 불었으나, 당국이 리스크를 적절히 통제·관리하지 못하면서 신용 불량자가 양산됐다는 것이다.
중국 싱크 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은 지난 9월 "지난 10년간 중국 가계 채무의 국내총생산(GDP) 차지 비중이 두 배가량 증가해 64%에 달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제 부진으로 실직자가 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도 신용 불량자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기준 중국 청년 실업률은 21.3%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당국은 이후 청년 실업률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만8천 위안(약 510만원)의 신용카드 빚을 연체 중인 상하이의 왕모 씨는 이 매체에 "지난 5월 해고된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언제 빚을 갚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시성의 한 광고회사 대표 장모 씨는 "은행 빚을 못 갚아 블랙 리스트에 오른 이후 지난 5월부터 위챗페이 결제가 중단돼 일용품조차 구매할 수 없다"며 "블랙 리스트에 오르면 주요 고객인 지방정부와 합작할 수 없기 때문에 폐업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법원은 빚을 상환하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많은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느냐"며 "많은 신용 불량자가 재정 정상 회복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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