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심화에…재계, '오너 책임 경영 체제' 강화

입력 2023-12-04 16:03   수정 2023-12-04 16:05

글로벌 위기 심화에…재계, '오너 책임 경영 체제' 강화
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유력 검토…윤세영·박찬구 경영 일선 복귀
정기선·박세창·이규호, 부회장 승진…'전문 경영인 부회장'은 감소 추세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미중 갈등과 경기 침체 등 글로벌 복합 위기가 내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가 오너가(家) 책임 경영 강화에 나섰다.
연말 인사를 통해 전문 경영인의 세대교체에 나서는 동시에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거나 전면에 등장하며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7일 단행할 연말 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때 '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렸던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 협의기구로, 전략·글로벌과 인재 육성, 환경사업 등 분야별 전문 위원회로 구성됐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2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그룹 2인자'인 조대식(63) 의장이 2016년 말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지만, 이번 인사를 앞두고 조 의장의 퇴진설이 나오며 최창원 부회장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1964년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로, 재계 안팎에서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최태원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의장을 비롯한 부회장단은 동반 퇴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부회장단까지 동반 퇴진할 경우 현 사장단 중에서 조 의장의 뒤를 이을 만큼의 무게감이 있는 인물의 선택지가 별로 없다"며 "최창원 부회장이 맡게 되면 오너가의 무게감도 있는 만큼 분위기 쇄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는 최태원 회장이 그만큼 SK그룹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최창원 부회장이 수펙스 의장을 맡게 된다면 수펙스의 주요 투자와 의견 조율 기능을 한층 강화해 '딥 체인지'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오너들의 복귀도 잇따르고 있다.
윤세영(90)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2019년 3월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지 5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윤 회장은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해 태영건설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자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그룹 전체를 지휘하기 위한 취지다.



앞서 지난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박찬구(75)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도 6개월 만인 지난달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를 맡으며 전격 복귀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금호석유화학과 일본 미쓰이화학이 50대 50으로 설립한 회사로, 양사 파트너십의 구심점 역할을 할 중량감 있는 인사를 물색하다 박 회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배임 혐의로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으나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형 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되며 취업 제한이 풀렸다.



이와 동시에 '젊은' 오너가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41) HD현대 부회장은 이달 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사장에 오른 지 2년여 만이다.
HD현대는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이 2002년 이후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권오갑 회장 등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나 이번 인사로 정 부회장 중심의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48) 금호건설 사장과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9) 사장도 최근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GS그룹은 창립 이후 최대 규모였던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오너가 4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철근 누락 사태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GS건설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44)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 2013년 6월 임병용 부회장의 CEO 취임 이후 10년간 이어진 전문 경영진 체제가 막을 내리고 4세 경영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빠른 판단과 효율적인 투자 등이 요구되면서 그룹마다 오너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최근 움직임을 두고 '전문 경영인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동안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오너는 일선에서 물러나 전반적인 그룹 상황을 컨트롤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인사는 이에 반하는 모습"이라며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오너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는 하나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젊은 오너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그룹 회장의 참모 역할을 하던 '부회장단'은 해체되거나 축소되는 분위기다.
LG그룹의 경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임명한 부회장들은 현직에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 6명이던 부회장단 규모는 현재 2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한때 부회장만 14명이었던 현대차그룹도 앞서 2021년 윤여철 부회장이 퇴진하며 정몽구 명예회장의 가신 그룹으로 불렸던 부회장단이 사실상 해체됐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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