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누이트 마을에 닥친 기후위기…생태계 무너지는중

입력 2023-12-04 16:13  

마지막 이누이트 마을에 닥친 기후위기…생태계 무너지는중
'식수원' 북극 얼음 녹고 사냥 어려워져…생계 직격탄
굶주린 북극곰들 내려와 주민들 공포…홍조류가 피오르 붉게 물들여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기후 변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며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그린란드 이누이트 거주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그린란드 동북부 스코즈비만에 있는 수렵 마을 이토코르토르미우트 주민들은 식수원이 되어주던 북극 얼음이 기후변화로 빠르게 녹으면서 수년 내에 마실 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누이트족 주민 35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이누이트 사냥 공동체 중 하나다.
오랜 세월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온 이들에게 추위와 눈, 얼음은 생계에 필수적인 존재다.
이들은 근처 빙하가 녹으며 만들어진 강에서 마실 물을 길어오고, 물개들이 빙판에 남겨 놓은 숨구멍을 추적해 사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 위기로 이 같은 이들의 삶의 방식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역대 가장 더운 7월을 보낸 마을 주민 라스무센은 "빙하들이 갈수록 더 작아지고 있다"며 "몇 년 뒤면 사라질 것이고, 미래에는 식수를 바다에서 가져와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이미 몇몇 그린란드 원주민 마을은 최근 강 대신 바닷물에서 식수를 끌어오는 담수 시설을 만들고 있다.

이들의 생계 수단인 사냥 활동은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눈이 녹으면서 사냥 대상인 물개 등 동물의 흔적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졌으며 사냥 중에 발밑 얼음이 녹아내리는 등 위험한 사고도 잦아지고 있다.
마을 주민 페터는 올해 1월 스노모빌을 타고 사냥하던 중 그들 아래의 얼음이 갈라지며 아내와 두 아이를 잃을 뻔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던 중 그의 아내는 팔 근육이 파열됐다.
강설량이 적어지며 다른 이동 수단인 개 썰매를 끄는 일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냥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얼음과 물개가 사라져 사냥을 못 하고 굶주린 북극곰들이 먹을 것을 찾아 마을로 내려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마을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기후 변화는 더 근본적으로 해양 플랑크톤부터 북극곰과 인간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바다에 잠긴 빙하는 평소 조금씩 녹으면서 해수 온도에 변화를 주며 바다 깊이 깔린 영양가가 풍부한 해수를 위로 끌어올려 바다 생명체들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그러나 이 같은 역할을 하던 빙하가 점점 사라지면서 북극 바다에서 잡히는 대구 등 생선의 양은 급격히 줄었으며, 그 결과 이를 먹고 사는 물개와 북극곰, 마을 어부들의 먹거리도 덩달아 사라지고 있다.
그린란드 기후 연구 센터 소속 과학자 캐럴라인 부샤드는 "(기후 변화로) 우리가 잃는 것은 단지 이토코르토르미우트 마을이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삶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생태계가 흔들리면서 북극 얼음 위에는 전에 볼 수 없던 붉은 해초들도 생겨났다.
연구자들이 '피의 얼음'이라고 별명을 붙인 이 눈 위에 사는 홍조류는 얼음이 햇빛을 반사하는 정도를 낮춰 녹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든다.
2019년에 처음 발견된 이 홍조류는 이제 그린란드 피오르 눈의 상당 부분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과학자들은 연간 녹아내리는 그린란드 빙상의 12%가량이 이 홍조류로 인해 녹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홍조류가 빙하를 더 빨리 녹게 만들며 기온이 더 높아지고, 그 결과 홍조류가 더 많아지는 '악순환'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에릭 마르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 소장은 "우리는 재앙을 직면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온 위험은 하나의 온전한 생태계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린란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지구 전체 물순환 구조 붕괴의 핵심이며 해수면 상승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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