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으니 또 산…美시카고 '불법체류자 월동 천막촌' 건설 난항

입력 2023-12-05 06:22  

산 넘으니 또 산…美시카고 '불법체류자 월동 천막촌' 건설 난항
주민 반발 이어 부지서 독성 중금속 검출…당국, 일단 중단시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시가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된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들의 '겨울철 베이스캠프'로 조성 중인 대형 천막촌 건설 공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8·민주)는 이날 시카고 남부 브라이튼파크에 조성 중인 '이주민 겨울나기용 천막촌' 건설 공사를 잠정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시카고시가 지난 2일 총 800쪽 분량의 '부지 환경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과거 공장지대였던 천막촌 건설 현장의 토양에서 독성 중금속이 검출된 사실을 공개한 후 일리노이주 환경 당국이 우려를 제기하자 프리츠커 주지사가 전격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WGN방송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역사회 리더들이 여러 가지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 당국이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프리츠커 주지사실은 "주 환경 당국자들이 시카고 환경 당국자·환경평가 시행사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카고시는 보고서를 통해 "건설 부지 토양 샘플에서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수은이 검출됐다"며 "샘플 채취 지점 인근의 흙을 제거한 후 외부 매립지에 적절히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지점의 토양이 농도 짙은 반휘발성 화합물에 오염된 사실도 확인돼 곧 제거 작업을 벌여 폐기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시카고시는 "여타 오염 물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4만㎡ 규모의 천막촌 부지 전체에 최소 15cm 이상 두께의 깨끗한 파쇄석을 깔고 정기 검사를 통해 최소 두께가 유지되도록 하겠다"면서 "오염된 토양을 제거하고 '공학적 장벽'을 설치하면 해당 부지는 임시 주거지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리츠커 주지사실은 "주 환경부의 리뷰가 필요하다. 주지사와 주 환경 당국자들이 추가 논의를 마칠 때까지 공사를 중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초대형 천막촌은 '성역도시'(불체자 보호도시)를 표방하는 시카고시가 작년 8월 이후 급속히 유입된 2만5천여 명의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들의 숙소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아직 경찰서와 공항 로비 등에 머무는 2천여 명을 기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시카고시는 지난 9월 사설업체 '가다월드'(GardaWorld)와 2천930만 달러(약 4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추진했으나 지역 주민들은 혈세 낭비, 주민 안전 우려, 토양 오염 문제 등을 지적하며 천막촌 조성에 반대해왔다.
불법입국자 수용소 조성 문제를 놓고 시 당국과 주민들의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일부 주민들은 존슨 시장과 당국을 '토지용도 지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제소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 환경 평가 결과 보고서 발표가 지연되자 시 당국은 지난달 28일 건설 자재를 현장으로 이동시키고 29일 전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달 중순 완공이 목표였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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