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페이커' 찾아라…아카데미 사업 나선 e스포츠 게임단

입력 2023-12-06 07:30  

미래의 '페이커' 찾아라…아카데미 사업 나선 e스포츠 게임단
주요 게임단, LoL·발로란트 유망주 발굴해 청소년기부터 육성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적자 속 새로운 수익원을 고민하는 e스포츠 게임단들이 일종의 게임 학원인 '아카데미'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게이머 데뷔를 지망하는 학생과 청년들에게도 아카데미는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유명 게임단에 입단하는 등용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 프로 코칭 받으며 게임 연습 매진…"올해 2군 데뷔가 목표"
토요일 이른 오후. 수업 시간이 가까워지자 롱패딩 차림에 백팩을 멘 앳된 얼굴의 10대 소년들이 컴퓨터가 놓인 연습실로 하나둘씩 들어온다.
학생들이 가방에서 꺼낸 것은 참고서와 필기구가 아닌 기계식 키보드와 고성능 마우스다.
이들은 e스포츠 게임단 DRX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발로란트' 프로게이머 데뷔를 목표로 매주 2회씩 온오프라인 수업을 들으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발로란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만든 게임사 라이엇게임즈가 내놓은 팀 대전 일인칭 슈팅게임(FPS)이다. 최근 청소년과 2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며 LoL의 뒤를 이을 신흥 e스포츠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치밥' 이라는 닉네임의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김영현 코치는 연습실을 바삐 돌아다니며 수강생들이 수업 시작 전 손을 푸는 모습을 지켜봤다.
김 코치는 "학생들 대부분 게임에서 상위 1% 이내인 '불멸' 혹은 상위 500등인 '레디언트' 등급까지 오른 적 있다"며 "고급반에 들어올 정도면 사격 실력은 거의 완성돼 있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과 팀워크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날은 같은 아카데미 고급반 속한 수강생 간의 내부 스크림(평가전)이 있는 날이었다.
내부 스크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톱 5' 안에 들면 DRX 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2군 선수들과 경기를 치를 기회가 생긴다.
김 코치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까지 합친 고급반 수강생 규모는 20명가량"이라며 "얼마 전 이런 수강생 간 경쟁을 뚫고 2군 입단을 확정한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김 코치도 팀 인원을 채우려고 제자들과 같은 팀에 들어가 스크림을 치렀지만, 상대하는 수강생 팀도 기량이 높아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수강생 박건우(17) 군은 "아카데미에서 게임을 배우고 나서 팀워크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내년 2군 데뷔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원준(16) 군도 "하고 싶은 것을 해 보라는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됐다"며 "종목은 다르지만 LoL의 '페이커' 이상혁이 '롤 모델'이다. 커리어와 인성 모두 본받을 점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 대학 진학까지 한 번에…구단은 수익 개선·유망주 발굴 일석이조
DRX를 비롯한 국내 주요 e스포츠 게임단 상당수는 비슷한 게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LoL 국제대회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인 T1은 2021년 'T1 e스포츠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주력 종목인 LoL을 비롯해 발로란트, 오버워치2 등의 종목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유망한 프로게이머 지망생을 발굴해 선수로 키워내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취미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과정도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대회 LCK 스프링과 서머를 3연속 제패한 젠지(Gen.G)는 미국 사립고 '엘리트 오픈 스쿨'과 연계해 2019년 일종의 e스포츠 대안학교인 '젠지 엘리트 e스포츠 아카데미'(GEEA)를 설립했다.
GEEA는 e스포츠 선수로서의 교육과 함께 미국 고교 정규 교과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으로, 전 과정을 이수하면 미국 고교 졸업장이 나와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실제로 젠지에 따르면 2022년도 GEEA 졸업생 13명 전원은 e스포츠 특기생으로 미국 유수 대학에 합격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0명이 미국 대학으로부터 입학 제안을 받았다.
이밖에 디플러스 기아[000270], 농심[004370] 레드포스, 리브 샌드박스 등도 e스포츠 선수를 육성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e스포츠 게임단들이 아카데미 운영에 앞다퉈 뛰어드는 배경에는 수익성 개선 노력이 있다.
세계 정상권 팀인 T1을 비롯해 국내 대다수 게임단은 매년 수십억∼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은 매년 뛰는데 스폰서십 수익, 종목별 리그 사무국에서 각 게임단에 배분하는 대회 수익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자체 수입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단이 자체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아카데미를 운영하면 수강료 수익뿐만 아니라 유망주 발굴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e스포츠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하나의 엘리트 스포츠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다만 이런 시도가 실제 게임단 수익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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