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트럼프 2기 리스크'…한국의 외교적 대응은

입력 2023-12-06 10:34  

커지는 '트럼프 2기 리스크'…한국의 외교적 대응은
트럼프, '안보 무임승차론' 신봉자…한·일 핵무장 용인 주장 하기도
차기 미국 대선 앞두고 주변국들 안보전략 정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트럼프 트라우마'는 한국인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열린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박인국 최종현학술원 원장이 한 발언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인들을 놀라게 할 발언을 하곤 했다.
예를 들어 2016년 4월3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그는 "북한핵이 큰 문제로, 한국·일본이 핵을 갖고 스스로 방어에 나선다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어서 파장이 컸다.
그 전날에도 트럼프 후보는 북한과의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끔찍하겠지만, 그들이 한다면 하는 것"이라고 말해 연이틀 한미동맹의 근간과 관련된 중요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한국인들이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본 또다른 트럼프의 발언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후보는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대규모 미군 병력의 "주둔비용이 비싸다"거나 "한국과 일본은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지난해 출간된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의 저서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몇 차례 주장했고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을 폄하하면서 2만8천500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명령을 내리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재임중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는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하시죠"라고 제안하자, 트럼프가 "그렇지, 맞아, 두 번째 임기"라며 미소를 지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실행을 막으려는 목적이 장관직을 지킨 이유 중 하나였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박 원장이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으로 향후 한반도 안보 지형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한 것도 과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위를 고려하면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는 재임 중 북한 정책에서도 극적인 변화를 연출했다. 대통령 당선 초기에는 북한을 향해 무력응징을 불사할 정도로 강경책을 펴다 2018년 들어 갑자기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하면서 '브로맨스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2019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북한 비핵화 전선이 무너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트럼프의 돌출행동 가능성은 관련국들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최근 미국 대선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은 나를 좋아한다. (내가 대통령이었던) 4년 간 북한과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정은과 두 번 만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교 전문가들은 차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에 대비한 세심한 외교전략을 마련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른바 '무임승차론'을 주창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감안할 때 한미 동맹의 주축을 새롭게 강화하는 방안이 우선 제기되고 있다.
또 핵무장 용인 가능성을 시사한 트럼프 발언은 향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추구의 공간이 확대될 가능성을 주목하게 한다.
실제로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한국내에서는 독자적 핵무장 방안에서 부터 전술핵 재배치 방안 등 다양한 정책적 제안들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의 강화를 약속하면서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이행을 이끌어냈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서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미국 사정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노골적 핵위협이 가해질 때마다 한일의 여론이 술렁일 가능성과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 양상이 복잡해질 경우 안보상황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금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수정하거나 파기해야 하는데 이는 초기단계의 행위라 하더라도 한미동맹의 심각한 균열이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에 해당된다.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WP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군(軍) 최고사령관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올라갈수록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lw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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