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그리스 관계개선 역사적 합의…'지진외교'가 돌파구

입력 2023-12-07 23:38  

튀르키예-그리스 관계개선 역사적 합의…'지진외교'가 돌파구
튀르키예 대통령, 6년 만에 그리스 공식 방문
에르도안 "에게해,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미초타키스 "역사적 책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에게해의 영원한 앙숙'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대립해온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그동안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관계 개선에 역사적으로 합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를 공식 방문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선린 관계 추구를 위한 공동 선언문에 함께 서명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장관들을 이끌고 아테네를 공식 방문해 양국 관계의 전격적 전환점을 만들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그리스 방문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며 "(튀르키예와 그리스 사이에 놓인) 에게해를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과거에는 양국 관계가 위험할 정도로 위협적이었으나 지금은 차분한 길을 걷고 있다"며 "국경이 맞닿아 있는 것처럼 두 국가를 나란히 이어줘야 한다는 역사적 책임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두 나라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 에너지, 교육, 농업, 스포츠, 기술, 관광 등 여러 부문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양국은 교역 규모를 현재의 55억달러(약 7조2천490억원)에서 100억달러(약 13조1천800억원)로 늘리고, 매년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튀르키예와 그리스는 양국 간 첨예한 이슈인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의 해안 경비대 간에 통신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튀르키예는 유럽으로 향하는 중동과 아프리카 이주민의 경유지로 주로 이용되는데, 이들 대부분이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그리스 입국을 시도해 양국은 이 문제로 꾸준히 신경전을 벌여왔다.
튀르키예와 그리스는 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15세기 말 그리스가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이후 수백 년간 앙숙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승전국이 된 그리스는 1923년 로잔 조약에 의해 에게해의 여러 섬을 얻었다. 당시 튀르키예 본토 앞바다에 있는 섬 대부분이 그리스 영토가 됐다.
이후 양국은 에게해 섬 영유권과 영공 침범, 지중해 자원 탐사 등 여러 문제에서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전쟁 직전까지 갔던 적도 세 차례나 된다.
그러나 올해 2월 대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에 그리스가 먼저 지원의 손길을 내밀며 양국 사이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양국이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유리잔이 반쯤 채워진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미래에 훨씬 더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20년 넘게 유럽연합(EU) 가입을 희망해왔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던 튀르키예는 그리스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으로 EU 가입 문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초타키스 총리가 각각 재선에 성공해 정치적 부담이 적어진 점도 양국이 본격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선 요인으로 지목된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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