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받고 출장·회식비 줄이고…기업들, 마른 수건 더 짠다

입력 2023-12-10 07:01  

희망퇴직 받고 출장·회식비 줄이고…기업들, 마른 수건 더 짠다
연말 인사서 임원 숫자도 줄여…내년 사업계획서도 비용 절감 모색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SK온은 최근 외부 식당 대신 사내 구성원 전용 카페테리아에서 '크로스캔미팅'(조직 간 합동회식)을 하며 비용을 기존의 3분의 1 이하로 줄였다. 청와대 무료 관람에 함께 나선 부서도 있다.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성원 소통 활동은 유지하면서 회식비를 절감하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적 개선 시점이 불확실한 가운데 내년 사업 계획 구상에 나선 국내 기업들이 희망퇴직과 비용 절감 등 긴축 경영 기조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연말 임원 인사에서 예년보다 임원 승진자 수가 대폭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사를 마무리한 재계가 내년 사업 계획 구상에 나선 가운데 미래 준비와 함께 비용 절감 방안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LGD·한화큐셀·금호석화 희망퇴직…식품·유통도 인력 조정
10일 재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파주와 구미 공장의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앞서 올해 초에는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 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자구책의 일환으로 인력 운영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한화큐셀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국내 사업장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의 모듈 판매량이 감소하고 고금리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인력을 감축해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금호석유화학도 현재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업 전반에 걸친 불황의 여파로 실적이 급감한 데다, 기존 수출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경기 회복이 더딘 탓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 석유화학 자립 역시 가속화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 시점에 대한 예측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전 부서의 비용절감 및 긴축재정을 실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준하는 태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식품·유통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지난달 직급별 10년차 이상 사원으로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고, 11번가도 만 3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심각한 실적 부진에 직면한 롯데면세점과 GS리테일 역시 올해 하반기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지난 8월 매일유업에 이어 지난달 SPC 파리크라상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방뇨 논란' 제품으로 매출이 급감한 칭다오 맥주 수입사 비어케이도 지난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 "임원도 이코노미석 타라" 출장비 절감…건설업계도 긴축경영
작년 말부터 사실상 전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4'와 '갤럭시 언팩' 행사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출장자를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부터 '다운턴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SK하이닉스는 임원과 팀장의 복리후생비와 활동비 등의 예산을 각각 50%, 30% 줄인 상태다.
LG화학은 내년에도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사 손익 상황을 감안해 내부적으로 유지 중인 비용 절감 기조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최근 지속가능한 원가 구조 구축을 위해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추진 TF'를 신설했다. TF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3억원의 포상금을 걸고 원가절감 아이디어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효성은 내년 예산과 관련해 접대성 경비 등 제조·생산 부문과 거리가 있는 예산 지출을 줄이라는 지침을 각 계열사에 하달했다. 출장도 가능한 한 여러 건을 묶어 진행하고, 출장지 인근 지역에 다른 사업 파트너가 있을 경우 추가로 접촉하고 돌아오는 식으로 교통비 등 경비를 절감하고 있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한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통상 해외 출장 시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임원들에게 앞으로는 이코노미석을 타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도 긴축 경영에 돌입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가운데 원자잿값 상승과 미분양 증대, 고금리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등으로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탓이다.
실제로 일부 건설사들은 최근 인사에서 본사 조직을 축소하고 현장 인원을 늘리는 한편, 수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인사 이후 내년도 경영 전략을 수립 중인데 긴축 경영은 당연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지방 중소업체들의 경우 더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주택건설 쪽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공공공사 발주량을 늘리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소규모 건설사는 당연한 얘기고 중견건설사도 내년에 힘든 곳이 많아질 것이라는 말들을 한다"고 전했다.



◇ 연말 임원 승진자도 축소…내년 준비 회의 잇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연말 인사에서 임원 승진 규모도 예년에 비해 대부분 축소했다.
삼성전자의 2024년 임원 승진자는 총 143명(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4명)으로, 소폭 임원 인사를 단행한 2017년 5월(90명) 이후 가장 적었다. 187명이 승진한 작년과 비교하면 23.5% 감소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통상 '퇴직자의 꽃'으로 불리던 상근 고문 대상자도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사장 신규 승진자에게 제공되는 승용차는 현대차 제네시스의 경우 G90에서 G80으로 하향 조정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든 데스' 위험을 언급한 SK그룹의 경우 전체 신규 임원 숫자가 작년 145명에서 올해 82명으로 무려 43.4% 감소했다.
LG그룹의 전체 승진 규모는 139명으로, 지난해(160명)보다 13.1% 줄었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잇따라 회의를 열고 내년 경영 환경을 공유하고 사업 계획을 점검한다.
지난 7일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단 협의회를 연 데 이어 삼성전자는 오는 14일부터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각각 주관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를 설정하며 복합 위기 타개책을 모색할 전망이다.
LG전자는 15일 조주완 사장 주관으로 전사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국내외 경영진이 모두 참석해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비상경영 전략을 논의한다.
SK그룹은 내년 1월 계열사별로 신규 임원진을 중심으로 사업 계획을 점검하며 비용 절감 등 긴축 경영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내년 1월에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새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변화하는 대외 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임원 승진자를 줄이고 필수 경상투자 외의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내년 경영 환경도 불확실한 만큼 당분간 긴축 경영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나 권혜진 전성훈 임기창 김아람 이승연 기자)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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