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강호 "배우란 직업은 마라톤…칸영화제 수상도 한 점일 뿐"

입력 2023-12-09 14:33  

[인터뷰] 송강호 "배우란 직업은 마라톤…칸영화제 수상도 한 점일 뿐"
미국 아카데미영화박물관 회고전 초청돼 4년 만에 현지 관객과 호흡
"작품마다 회한 있어…기억 남는 명장면은 '밥은 먹고 다니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흔한 비유이긴 하지만, 배우란 직업은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칸영화제 수상이든, 아카데미 수상이든 그 과정 속에 하나의 점이 될 뿐이죠. 남은 목표라면 배우로서 그 길을 계속 달려가는 겁니다."
배우 송강호는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현지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가 아카데미 측의 초청으로 LA를 찾은 것은 2020년 2월 영화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의 기쁨을 맛본 이후 약 4년 만이다.
그 사이 그는 영화 '브로커'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기생충'으로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데 이어 당대 최고의 배우라는 타이틀을 안고 돌아온 것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성취를 달성하고 한국 영화사를 쓰다시피 하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지금도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배우의 본질에 관해 얘기했다.
"사실 우리가 각자의 일들을 아주 치열하게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속에는 감춰진 얼굴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감정, 본래의 얼굴들이 몸 안에 있는데, 그것들을 잊고 살죠. 그러다 스크린에서 배우의 연기를 통해 감춰진 내 얼굴을 보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감동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배우란 존재는 우리들의 마음속 얼굴을 찾아주는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작업을 계속하는 게 제 목표예요."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아카데미 재단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을 받아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한 달간 송강호의 주요 작품을 상영하는 회고전을 연다.
박물관 측은 이번 회고전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송강호의 역동적인 커리어와 영화에 대한 그의 진정한 사랑을 기념하는 첫 번째 회고전 시리즈를 선보이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 영화사에서 두드러진 인물 중 하나인 그의 유산은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송강호는 1990년대 중반 (영화계) 데뷔 이래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예술 형식으로서의 영화와 그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명하며 전례 없는 궤적을 쌓으며, 한국 영화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고전 상영작은 '기생충'을 비롯해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놈놈놈', '반칙왕', '브로커', '사도', '공동경비구역 JSA', '박쥐', '변호인', '택시운전사', '괴물', '밀정' 등이다.
그는 이들 작품의 촬영 과정을 떠올리며 "모든 작품 속에 회한이 다 있다. 이 작품은 정말 좋은데 저런 게 아쉬웠구나' 하는 부분이 다 공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부극을 표방한 '놈놈놈'의 원래 시나리오에 말을 타는 장면이 있어서 멋지게 찍고 싶었는데, 다른 영화 촬영으로 너무 바빴던 스케줄 탓에 승마를 배우지 못해 결국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으로 모두 바뀌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애드리브로 탄생한 명장면·명대사로는 '살인의 추억' 속 "밥은 먹고 다니냐"를 꼽았다.
"그 애드리브를 하게끔 만든 사람이 봉 감독이었죠. '박두만 형사가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할 것 같아요. 그 장면을 3일 후에 찍습니다' 그러고 가 버렸어요. 그래서 3일 동안 뭘 해야 하나 엄청나게 고민한 끝에 나온 게 그 대사예요."
하지만 그는 정작 영화 촬영을 모두 끝내고 난 뒤 완성된 작품을 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설국열차' 홍보를 하러 크리스 에번스가 한국에 왔을 때 시사회를 하는데, 영화를 안 보고 있길래 왜 안 보고 있냐고 물었더니 자기 작품을 못 본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똑같은 심정이에요. 이상하게 보기가 힘들어요. 자꾸 아쉬운 점만 눈에 보이고, 그래서 웬만하면 잘 안 보려는 습성이 있죠."

출연작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자 그는 "인연"이라고 답했다.
"나의 감성이 이런 상태인데, 정반대의 작품이 들어오면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거절하게 되더라고요.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도 내 감성이 이걸 원하고 있을 때 선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결과가 정반대로 안 좋게 나와도 후회는 안 합니다. 그게 그 작품과의 인연인 것 같아요."
그는 차기작인 드라마 시리즈 '삼식이 삼촌' 촬영을 모두 마쳤으며, 이 드라마가 내년 5월쯤 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된다고 했다. 어떤 플랫폼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1960년대 초 격동기를 살아낸 두 남자의 욕망을 다룬 10부작 드라마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에 대해 "글로벌 시청자를 공략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동안 장르적인 특성을 강조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많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삼식이 삼촌'이라는 드라마도 그렇고, 역사적인 소재나 밀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다양한 시도가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는 "다음 세대의 글로벌한 배우들이 한국 영화계를 대표할 것이 확실시된다"며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고 노력도 많이 한 후배들을 보면서 한국 영화인, 한국 영화계가 세계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준비가 되어 가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답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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