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재선 확실해도…"곱게 당선 안돼" 벼르는 러시아 야권

입력 2023-12-09 21:27  

푸틴 재선 확실해도…"곱게 당선 안돼" 벼르는 러시아 야권
다수 투옥·망명 상태에도…"선거철 이용 푸틴 반대 여론 최대한 결집"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20년간 집권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발표한 가운데 러시아 야권도 그와 맞서서 대선 준비에 나섰다.
푸틴 정권의 철저한 탄압으로 변변한 경쟁 후보가 나오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푸틴의 재선이 사실상 확실하지만, 최대한 반대 여론을 결집해 그의 권좌에 흠집을 내겠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여러 야권 단체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반정부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수감 생활 중인 대표적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옥중에서 작성, 온라인으로 공개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 동료 시민의 마음과 생각을 위한 이 싸움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싸우고 승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푸틴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군인들을 초대해 훈장을 수여한 뒤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가 당선되면 2030년까지 6년 동안 더 권력을 유지하게 되며, 그 이후 다시 선거에 나오면 자신이 개정한 헌법에 따라 2036년까지 집권도 가능하다.
푸틴은 내년 3월 15∼17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된다. 야권 인사 대다수는 수감돼 있거나 국외 망명 중이며, 푸틴 정권의 영향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언론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에 대해 일부 반정부 운동가들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선거 국면을 활용해 푸틴 정권에 대한 반대 여론을 결집하겠다는 입장이다.
나발니의 측근으로 '반부패 재단'의 의장인 레오니트 볼코프는 "우리의 임무는 내년 1∼3월 우리가 대중적 의제로 제기할 수 있는 이슈가 선거 이후에도 러시아 국민의 곁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라고 AP에 밝혔다.
이를 위해 볼코프와 그의 동료들은 '나발니의 선거운동 조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운동은 최대한 많은 러시아 국민을 전화나 온라인으로 접촉, 푸틴과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 후보들에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말 기준 이미 자원봉사자 약 170명을 확보했으며, 지금까지 유권자에게 수천 번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상대방 중 매우 소수만이 현 러시아 상황에 완전히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그 외 대다수는 전쟁이나 경제 상황, 의료 시스템, 사회 정의 등 다양한 사안과 관련해 불만을 나타냈다고 볼코프는 전했다.
이들은 또 푸틴의 대선 출마 발표 전날인 지난 7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 '푸틴 없는 러시아'라는 웹사이트로 링크된 QR코드가 들어간 간판을 여러 개 설치했다
이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러시아 국민 한 사람이 최소한 10명을 푸틴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서도록 설득하자는 운동을 비롯해 다양한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갑부 출신인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전설적인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 전 하원의원 겐나디 구드코프 등 망명 반정부 인사들이 참여한 다른 야권 단체인 '반전위원회'는 "푸틴 반대"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구드코프 전 의원은 이 운동의 목표가 러시아 국민에 푸틴이 없으면 전쟁이나 탄압이 없고 정부가 경제·과학·교육 등에 집중하는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유권자들이 투표일의 일정한 시간에 투표장으로 몰려가 긴 줄을 만들어 푸틴에 반대한 유권자들의 존재감을 보여주자는 계획도 제시했다.
한편 '우리의 본부'라는 프로젝트는 전쟁에 반대하고 정치범 석방 등 민주적 개혁을 약속하는 후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독자 후보가 출마하기 위해 필요한 추천인 500명 모집과 30만명의 출마 지지 서명 확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나발니도 온라인 성명에서 지지자들에게 선거일에 투표장에 가서 푸틴 외 다른 후보 누구에게든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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