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극우 의원, 의회 내 유대명절 촛불에 소화기 뿌려

입력 2023-12-13 10:13   수정 2023-12-14 11:44

폴란드 극우 의원, 의회 내 유대명절 촛불에 소화기 뿌려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폴란드의 한 극우 의원이 의회에 마련된 유대교 촛대 '메노라'에 소화기를 뿌리면서 반유대주의 성향을 드러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란드의 극우 정당 '폴란드 왕관 연합' 소속 하원의원 그제고시 브라운은 이날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를 앞두고 의회 한편에 마련된 메노라에 소화기를 뿌렸다.
유대교에는 8일 동안 이어지는 대표적 겨울 명절인 '하누카' 기간 메노라에 불을 밝히는 전통이 있다. 올해 하누카는 지난 8일 시작됐다.
당시 모습을 촬영한 영상에는 브라운 의원이 의회 한쪽에 놓인 소화기를 집어 들고 메노라를 겨냥해 발사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이에 촛불이 꺼진 것은 물론이고 메노라 주변도 소화기 분말로 인해 뿌옇게 변했다.
폴란드 의회는 즉시 일정을 중단하고 브라운 의원에게 하루 정직 처분을 내렸다.
사건 직후 부끄럽지 않냐는 질문에 브라운 의원은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사탄 숭배 행위에 참여하는 이들"이라고 답한 뒤 다른 극우 의원과 악수하며 의회를 떠났다.
브라운 의원은 이전부터 폴란드를 '유대인 국가'로 만들려는 음모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유대주의 성향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초에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폴란드가 어떻게 공모했는지 연구해온 한 학자의 강연을 방해해 강연 취소 사태를 빚기도 했다.

폴란드 각계는 브라운 의원을 비판했다.
이날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한 투스크 신임 총리는 이번 사건을 '수치'로 규정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몬 홀로브니아 폴란드 하원의장은 "내가 의장으로 있는 한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 반유대주의에 대한 관용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초브 리브네 폴란드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소셜미디어(SNS)에 "우리가 그곳(의회)에서 하누카를 축하한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폴란드 의원이 이런 짓을 벌였다"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마크 브레진스키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도 "이 역겨운 증오 행위는 우리가 왜 매 순간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반유대주의와 싸워야 하는지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17년간 폴란드 의회에서 메노라에 불을 붙여온 랍비 스홀롬 베르 스탐블레르는 브라운 의원이 반유대주의를 부추기려고 이런 일을 벌였으나 실제로는 정반대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두가 나에게 연대와 관심을 보내며 사과하고 있다"면서 "폴란드 의원들과 시민들로부터 많은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hanj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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