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전방위 분양가 상승 압박…공사비 1천만원 시대 오나

입력 2023-12-14 10:16  

[서미숙의 집수다] 전방위 분양가 상승 압박…공사비 1천만원 시대 오나
공사비 2020년 대비 29% '껑충'…11월 시멘트 이어 레미콘도 가격 인상될듯
업계 "층간소음·제로에너지 등 공사비 인상 요인 줄줄이"
정비사업 공사비, 평당 800만원 안팎…내년 공사물량 감소, PF 부실은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요즘 건설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치솟는 공사비다. 공사비가 오르면 건설사들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고, 결국 분양성이 떨어져 미분양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안전관리 비용 증가 등으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뛴 가운데 내년 이후에도 공사비 인상 요인들이 첩첩이 쌓이고 있다.
지난달 시멘트 가격 인상에 이어 레미콘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이후 층간소음 단속 강화, 제로에너지 아파트 건설도 의무화된다.
공사비 '3.3㎡당 1천만원'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 원자잿값 상승에 공사비 급등…시멘트 이어 레미콘도 가격 인상 추진
14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2020년 1월 118.58에서 올해 9월 152.84로 28.9% 상승했다.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가 3년 8개월 만에 3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여기에 작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부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사의 안전관리 비용도 공사비 상승을 부채질했다.
올해 들어 철근 등 일부 건설 자재 가격은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공사비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이 자잿값 인상분은 공사비에 즉각 반영하지만 하락분은 반영하지 않는 측면이 있고, 한 번 오른 인건비(노임)도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철강협회 조사에 따르면 철근의 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은 지난해 5월 t당 71.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작년 10월 53달러로 떨어졌고, 올해 10월에는 44달러로 작년 고점 대비 38.4% 하락했다.
주거용 건축에 많이 쓰이는 철근(SD 400) 가격도 작년 5월 t당 120만원에서 올해 10월엔 84만3천원으로 29.8% 내렸다.
반면 2021∼2022년 세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중재와 건설·레미콘 업계의 반발에도 지난달 또다시 단가를 6∼7% 인상했다.
이로 인해 2021년 6월 t당 7만5천원이던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은 현재 11만2천원으로 2년 반 만에 50% 뛰었다.
최근 2년간 시멘트 업계가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았던 유연탄 가격은 작년 3월 대비 60%가량 하락했지만, 전기료 인상,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친환경 설비 개선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레미콘 가격도 오른다. 레미콘 업계는 최근 건설업계와 내년 1월 인상을 목표로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2021년 9월 ㎥당 6만7천700원이던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지난해 5월 8만8천700원으로 31% 올랐는데, 또다시 가격 인상이 추진되는 것이다.



◇ 층간소음·제로에너지 공사비 인상 요인 줄이어
공사비 인상 요인은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대책에서 소음 기준(49dB·데시벨)을 맞추지 못하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두면서 건설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층간소음 기준을 새롭게 강화하는 게 아니라 현행 기준을 잘 지키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수준이어서 공사비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단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슬래브 두께(현 210mm)를 높이거나 신기술을 적용하면 현행보다 공사비가 최소 5%는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최근 삼성물산,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개발한 층간소음 1등급 인정 기술은 슬래브 두께를 210mm로 유지한 채 상단에 110∼120mm 높이로 쌓는 몰탈 및 방음·흡음재 등을 고성능 자재로 교체하거나 배합을 바꿔 기능을 향상한 것이다.
5개 건설사는 대체로 '현재 시험 적용 단계여서 실제 아파트 현장에 대량 적용 시 공사비가 얼마나 오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3.3㎡당 5만원 정도 인상 요인이 있을 것 같다"는 답도 나왔다. 전용면적 84㎡ 기준 165만∼175만원 정도의 부담이다.
시공 과정에서 비용 상승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사전 인증을 통해 49dB 기준에 맞는 자재를 쓰더라도 실제 건축 현장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꼼꼼하게 정밀시공을 하지 않으면 기준 충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밀시공을 위해선 현장 작업자에 대한 관리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하고, 이로 인해 시공 관리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층간소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지만, 벽식구조에서 소음은 층간, 벽간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고 이웃의 생활 문화도 무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슬래브 두께를 210mm에서 250mm로 높이면 철근 콘크리트, 형틀 등의 사용 물량이 늘어 공사비가 더 많이 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 건물 층수와 높이 제한 때문에 1∼2개층이 날아가 분양 물량과 분양 수입 감소가 클 것으로 업계는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국회와 정부는 바닥구조를 현행 기준(210mm)보다 높게 시공할 경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건축물 높이의 최고 한도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개정안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이달 중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건축물 높이 한도를 완화하더라도 일조권이나 사선제한 등 건축법상의 문제로 높이 상향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건축법도 같이 개정하지 않으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가 층간소음 대책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와 손해배상, 보완공사에 따른 공기 증가와 지체보상금 문제가 크다.
현재 건설업계가 추정하는 층간소음 손해배상 비용은 3.3㎡당 90만∼100만원 수준이다. 전용 84㎡ 아파트 기준 약 3천만원, 1천가구 단지는 300억원이 드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층간소음 기술 개발과 자재 대량 공급 등으로 공사비는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보완 시공과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손해배상까지 고려하면 그 비용이 막대할 것"이라며 "대형 건설사도 실험실이 아닌 현장에서는 가까스로 맞출 수 있는 기준인데, 기술력이 떨어진 중소 건설사들은 그 비용과 민원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30가구 이상 아파트에 도입할 제로에너지 의무화도 건설업계에는 부담이다.
대한건축학회는 제로에너지 달성을 위해 고효율 제품을 사용하고, 태양광, 지열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 등을 시공할 경우 공사비가 종전보다 22.8%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제로에너지 아파트 건설에 드는 공사비가 현행보다 30%가량 더 들 것으로 예측한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제로에너지 건축물 시공에 따른 용적률 완화 수준이나 취득세 혜택 등 현행 인센티브 수준으로는 늘어나는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센티브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분양가 역대 최고가 경신…커지는 미분양 우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하락과 고분양가 논란으로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인 가운데 공사비 상승으로 고분양가가 나타나면 결국 미분양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3년 전 3.3㎡당 500만∼600만원 안팎이던 수도권 아파트 공사비는 현재 750만원을 넘어섰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한양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가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798만∼824만원이나, 추후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공사비 3.3㎡당 1천만원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부도 공사비 인상에 관대한 편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재비 상승분을 분양가 상한제 공사비에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데 이어 올해 민간 건설공사도 공공공사처럼 물가 변동을 반영해 공사 계약 금액을 인상할 수 있도록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했다.
건설업계는 이 카드를 공사비 인상의 근거로 활용해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과 분쟁이 심화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2천57만원으로 사상 처음 2천만원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3천529만원으로 지난해 3천476만원보다 높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0년(2천646만원) 대비 상승률은 33%로, 같은 기간 공사비지수 상승률을 웃돈다.
여기에는 "지금 분양가가 가장 싸다"는 인식에 청약열기가 살아나자 조합과 시공사 등이 분양가를 자잿값 인상 범위를 넘어서 시세 또는 그 이상으로 분양가를 올린 탓도 크다.
일단 내년에는 최근 2년간 인허가 물량 감소로 착공 물량이 줄어들어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는 만큼 자잿값 인상 폭은 올해보다 둔화할 수 있다.
최근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전후해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가 본격화될 경우 건설 및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며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단기 변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사비 부담이 여전히 건설시장을 억누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인상 요인은 증가하는데 미분양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 아닌 이상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공사비나 분양가를 낮추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공급 위축 부작용이 큰 만큼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원활한 원자재 수급과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유도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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