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엔 독설로…바이든 '공개 비판'에 네타냐후 연일 극우 행보

입력 2023-12-14 12:26   수정 2023-12-14 16:57

독설엔 독설로…바이든 '공개 비판'에 네타냐후 연일 극우 행보
바이든 "무차별 폭격" 이례적 쓴소리…네타냐후 즉각 "오슬로는 실수" 맞불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간 기류와 다르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대놓고 비판하며 포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끈끈했던 두 정상 사이에서 날선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극우와 밀착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고 대립각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 불협화음이 커진다는 진단을 내보냈다.
이들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무차별적인 폭격이 일어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거론한 것이 '이례적 비판'의 포문이 됐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그는 변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스라엘 정부는 네타냐후가 움직이기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적, 공개적인 비판 발언을 한 것으로, 양국 간에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지난 수주간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스라엘에 '더 강력한 민간인 보호 조치'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안전 이동 통로 등을 이용해 민간인을 하마스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간인 보호 필요성을 직접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가자지구 남부에서 사상자를 줄이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같은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물러서지 않는 강경 행보를 고수했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군(IDF) 수용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끝까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소탕 이후 가자지구 통치 방안을 두고도 미국과 대립각을 끌어올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 이후'(포스트 하마스) 문제에 관해 계속 대립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한 뒤 팔레스타인과 각각 개별 독립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서는 가자지구 재점령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하마스와 전쟁으로 정치적 명운이 걸린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경고를 뒤로 하고 이스라엘 내 극우세력과도 밀착하고 있다.
그는 전날 영상 메시지에서 "나는 이스라엘이 '오슬로의 실수'를 반복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오슬로'는 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대이스라엘 봉기) 이후 1990년대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맺은 협정을 지목한 것이다.
이 협정은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철군과 팔레스타인의 자치권 보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1995년 11월 라빈 총리가 이스라엘 극우파에 암살되고 이듬해 하마스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등 난항을 겪었고, 이후 초강경 우파 성향의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하면서 사실상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이스라엘 내 극우파는 이 협정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스라엘 내 극우파의 큰 지지를 받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 배경에는 그가 처한 국내 정치적 상황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 내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인기가 급격히 떨어졌고, 이 때문에 그의 지지 기반인 극우와 더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지금 총선이 치러진다면 120석 가운데 18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당인 국가통합당은 37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마스 기습 전에 리쿠드당과 국가통합당의 지지율이 비슷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정치 분석가들은 네타냐후가 바이든 행정부의 전후 계획을 반대하는 것이 그의 국내 정치 경쟁자를 궁지로 몰아넣고 왜 자신이 필요한지를 강조하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본다.
예루살렘 소재 싱크탱크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의 전후 문제를 자신을 정치적 무덤에서 꺼내줄 정치적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리쿠드당 의원들은 총리가 미국의 전후 계획에 반대하는 것이 국내 정치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총리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쿠드당 의원들은 지금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최악의 타이밍이며, 그 이유는 국가 수립이 하마스의 업적이자 10월 7일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상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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