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220만명 굶는다…이스라엘·유엔 '네탓공방' 되풀이

입력 2023-12-16 08:11   수정 2023-12-16 15:57

가자지구 220만명 굶는다…이스라엘·유엔 '네탓공방' 되풀이
인구 56% 심각한 기아…"어린이 5천명 생사갈림길로"
식품가 폭등…아기분유 못구해 젖병에 물담아 먹여
구호품 수송로 '병목'…전쟁 혼란 속 전달체계 계속 마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으로 사회·경제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이곳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수준의 기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유엔 등 구호단체와 이스라엘 정부는 식량 부족의 책임을 놓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 인구 220만 명 중 대다수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이들 중 56%는 심각한 수준의 기아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했다.
WFP는 가자지구의 현 상황을 공식적인 기근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 평가하고 있다. 기아로 인한 일일 사망자가 인구 1만 명 중 2명꼴로 나타나고, 어린이 3명 중 1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일 때 공식 기근으로 정의한다.
다만, 이미 현장에서는 식량 부족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육류와 유제품은 물론이고 야채, 밀가루 등 대부분 식료품은 품귀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55파운드(약 25kg)짜리 밀가루 한 포대 가격은 100달러(약 13만원)에 야채 가격은 4배나 올랐고, 물은 하루 평균 2L 정도만 구할 수 있는데 이를 얻기 위해 주민들은 몇 시간 동안 줄을 선다고 WSJ은 전했다.
영유아 등 어린이는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구호 단체들은 지적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향후 몇 달 동안 가자지구 어린이 5천 명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영양실조를 겪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자지구 남부 국경도시 라파의 한 주민은 딸에게 먹일 분유를 구할 수 없어 젖병에 물을 담아 먹인다며 "우리는 말 그대로 굶주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식량이 턱없이 부족 데다 운반 환경 역시 너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며칠간 식료품, 물, 의약품, 연료 등 구호품을 실은 트럭 40~170대가 가자지구로 들어왔지만, 피난민들의 필요량을 충족하려면 매일 식량만 실은 트럭 100대가 필요하다고 유엔 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구호품을 운반할 연료도 충분치 않은데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도로가 막히거나 망가져 있다는 점도 구호품 조달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는 게 유엔 측 지적이다.
린 헤이스팅스 유엔 팔레스타인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은 "트럭이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을 넘도록 허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이동을 위한) 가자 내부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유엔 등 구호단체들이 구호품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듯 보인다고 지적한다. 전시 중이라는 상황을 고려한 조달 전략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국방부의 팔레스타인 민사 담당 기구인 코가트(COGAT)의 엘라드 고렌 대령은 "우리는 그들(유엔)의 병목현상을 본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라파 국경 검문소 이외에 케렘 샬롬 통행로를 통한 구호품 반입을 처음 승인하며 "라파의 혼잡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자지구 주민들의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나아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유엔에 따르면, 전쟁 전에도 가자지구는 인구의 약 절반이 식량 지원을 받을 정도로 경제가 악화한 상황이었다.
이후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가자지구 인구의 85%(190만 명)가 집을 떠났고, 피란민이 대거 몰린 남부에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등 인도적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접경국인 이집트는 가자지구 피란민의 대규모 입국을 허용할지 여부를 두고 여전히 저울질 중이며, 다른 국가들 역시 대규모 난민 수용을 약속하지 않고 있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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