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중점 과제 '이민법 개정안' 진통 끝 상·하원 통과

입력 2023-12-20 07:57  

마크롱 중점 과제 '이민법 개정안' 진통 끝 상·하원 통과
외국인 부모 자녀 자동 국적 취득 폐지…각종 이민 조건 강화
불법 체류 범죄 복원…인력 부족 직종 체류 허가 조건부 한시 허가
정부안보다 강화된 안에 우파·극우 환영…좌파·정부 일각 반발 후폭풍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재선 당선 이후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이민법 개정안이 19일(현지시간) 상원과 하원을 차례로 통과했다.
프랑스로의 이민 문턱을 높이고 인력 부족 직종에 종사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한시적 체류 허가를 내주는 안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애초 마련한 안보다 의회 논의 과정에서 우파, 특히 극우 진영의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대폭 강화돼 좌파 정당들뿐 아니라 정부 내 일부 장관까지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정치적 진통이 예상된다.
중도 우파가 주축인 상원은 이날 저녁 7시 양원 합동위원회가 합의한 이민법 개정안을 투표에 부쳐 찬성 214대 반대 114표로 가결했다.
이어 하원도 이날 밤 11시20분께 찬성 349대 반대 186표로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핵심은 높아진 이민 문턱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자녀가 성년이 되면 프랑스 국적을 자동으로 취득하지만, 법이 개정됨에 따라 자녀가 16세∼18세 때 국적 취득을 신청해야 한다.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 태생의 외국인은 귀화가 불가능해진다.
또 경찰 등 공권력을 보유한 사람을 고의로 살해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중 국적자의 국적 박탈도 허용된다.
가족 이민·학생 이민 조건을 강화하고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 주도로 폐지된 '불법 체류 범죄'도 복원시켜 3천750유로의 벌금과 3년간의 프랑스 입국 금지에 처한다.
아울러 의회에서 매년 회의를 열어 망명을 제외한 이민자 쿼터를 논의하도록 했다.
쓰레기 수거원이나 배달원, 건설 노동자, 건물 관리인 등 프랑스인들이 기피하는 인력 부족 직종에 종사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특별 체류를 허가하는 안도 애초 정부안보다 팍팍해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청자가 프랑스에 3년 이상 거주하고 지난 24개월 중 최소 12개월 동안 유급 고용 상태에 있었다는 점, 범죄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이 증명된 경우 사례별로 1년의 거주 허가가 발급된다. 다만 이런 조치는 실험적으로 2026년 말까지만 적용된다.
외국인이 개인 맞춤형 주거 지원을 받으려면 근로자의 경우 3개월 거주, 비근로자의 경우 5년 거주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날 상원과 하원이 표결에 부친 개정안은 전날부터 상원 의원 7명, 하원 의원 7명 등 14명의 의원이 합동위원회를 꾸려 마련했다.
애초 지난 달 상원은 정부가 마련한 안보다 강화된 안을 통과시켰으나, 하원 법사위 논의를 거치면서 내용이 다소 완화됐다.
이후 이달 11일 하원에서 법사위 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보수·진보 양 진영이 모두 반대해 안건 심사도 하기 전 사전 거부안이 통과됐다.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마크롱 정부는 양원 합동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합의안 도출을 요청했고, 그 결과 강화된 상원안과 유사한 규정들로 최종 정리됐다. 프랑스 법상 양원 합동위원회가 마련한 합의안은 상원과 하원에서 별도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표결에 들어간다.
정부안보다 강화된 이민법 개정안에 우파와 극우 진영은 환영하고 나섰다.
에릭 시오티 공화당(LR) 대표는 이번 이민법 개정안이 "공화당에 의해 수행된 오랜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고, 브뤼노 르타이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 개정안은 입국을 줄이고 출국을 늘릴 수 있는 진정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두 차례 대선에서 맞붙은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도 "더 강력한 이민 법안"이라며 "이데올로기적 승리"라고 말했다.



반면 좌파 진영에선 "국가적 수치"라며 일제히 비판이 쏟아졌다.
보리스 발로 사회당 하원 원내대표는 "정부에 수치스러운 순간"이라고 비난했고, 파비앙 루셀 공산당 대표도 이번 법안이 "극우정당의 반이민 전단지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표결에 앞서 의원들에게 부결을 요청했다. 녹색당 뱅자맹 루카 의원도 "비극으로 변해가는 이 기괴한 희극을 멈출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며 의원들에게 표결 전 "정신차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정부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게 나오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오렐리앵 루소 보건부 장관은 이날 법안 표결 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게 연락해 법안 통과 시 사의를 표할 뜻을 전했다. 루소 장관 외에 4명의 다른 장관도 사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대통령은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되면 15일 안에 이를 공포해야 한다. 다만 위헌 여부 심사나 재심의가 필요한 경우 공포가 연기되거나 금지될 수 있다.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법률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공포 시한이 정지된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하원에서 RN의 찬성표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법안 재심의를 요구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표결 결과 RN의 표를 제외하고서도 법안이 무난히 통과돼 재심의 요구 없이 그대로 법안을 공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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