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올해부터 12월 25일에 '메리 크리스마스'

입력 2023-12-23 18:59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올해부터 12월 25일에 '메리 크리스마스'
'러시아 흔적 지우기' 일환으로 법으로 날짜 바꿔 성탄절 기념
전쟁 상처 안고서도 분주히 예수 탄생 맞이 채비 "믿고 희망을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12월 25일에 성탄절을 지낸다.
우크라이나는 이전까지 매년 1월 7일에 기념해온 성탄절을 12월 25일로 바꾸는 법을 지난 7월 도입하면서 올해부터 12월 25일을 예수 탄생일로 기념하게 됐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해온 일련의 '러시아 영향력 지우기'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세계 각국은 통상적으로 12월 25일을 성탄절로 기념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정교회를 믿는 일부 국가는 세계 표준인 그레고리력과 13일 차이가 나는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매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이에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각 교구 결정에 따라 12월 25일에도 성탄 미사를 드릴 수 있게 허용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아예 국가 차원에서 성탄절을 12월 25일로 못 박은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우크라이나가 12월 25일에 성탄절을 맞는 것은 1917년 이후 처음이라고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전쟁 중에도 성탄절은 찾아오지만, 달라진 날짜처럼 명절을 준비하는 모습도 상당 부분 바뀌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 클라우디에보-타라소베에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다는 공 모양 장식물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
이 공장은 전쟁 전에는 전량을 러시아로 납품했으나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전쟁 직후 러시아군이 한 달간 이곳을 점령하면서 완전히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현재는 직원의 3분의 1 정도가 돌아와 성탄절을 앞두고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직원들이 손으로 하나하나 칠하고 그림을 그린 트리 장식은 이제 우크라이나 곳곳으로 보내진다.
장식물에 그려지는 그림 중 상당수는 군인과 전투기, 러시아 전차를 끌고 가는 우크라이나 트랙터 등 전쟁과 관련돼 있다.
공장 직원 타밀라는 "장식을 보는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승리를 거두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헤냐는 아직 러시아 점령하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믿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면서 "해방은 반드시 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장에서 몇㎞ 떨어진 곳에는 부차시(市)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최악의 비극으로 꼽히는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곳이다.
부차의 성 안드레아 성당 옆 추모관에는 전쟁 초반 러시아에 살해된 민간인 수백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 성당의 안드리 신부는 성탄절을 12월 25일에 기념하게 된 것을 두고 "러시아에서 벗어난다기보다는 우리가 속한 유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만행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이곳에 깊이 남아 있다.
안드리 신부는 부차 학살과 관련해 용서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면서 "하느님은 죄인을 용서하시지만, 오직 참회하는 이들만을 용서한다"며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죄와 잘못을 참회한다는 모습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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