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용산發 '대주주 감세' 강행…부총리 임명동의 '삐걱'

입력 2023-12-24 06:01  

기재부, 용산發 '대주주 감세' 강행…부총리 임명동의 '삐걱'
주식 10억 이상 '큰손' 9천200명 과세대상 제외…기재부 '기습' 입법예고
'과세회피 꼼수' 방치 지적에 기재부 "연말 주식 매도는 합리적 절세 전략"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기획재정부가 기습적으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임명 동의 절차가 삐그덕대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온 정부가 느닷없이 여야 합의까지 무시한 채 완화 기조로 급선회한 배후로 최 후보자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재위 전체회의 전격 취소…인사청문 보고서 논의조차 못 해
24일 관계 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로 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취소되면서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무난하게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정부가 같은 날 오전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격 입법예고 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인사청문 보고서 논의 대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여야 합의 조건을 무시했다"며 반발했다.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통상 여야 갈등이 첨예한 정치적 이슈가 적기 때문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회의 반대로 자칫 경제사령탑의 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야당으로서는 '민생 경제'를 볼모로 정쟁을 벌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2013년 기재부 장관직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뒤로 임명된 6명의 부총리 중 국회 동의가 불발된 사례는 현오석 전 부총리가 유일하다.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역시 논의가 한번 불발되긴 했지만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전까지 채택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야당이 정부가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깬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최 후보자는 경제부총리제 부활 이후 국회 동의 없이 임명되는 두 번째 부총리가 된다.

◇ 경제수석 출신 부총리 지명되자 뒤집힌 정부 방침
문제가 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상장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는 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공약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지난해 5천만원이 넘는 투자소득에 무조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를 2년 연기하는 조건으로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다시 말해 기준을 바꾸려면 금투세 시행 시기를 포함한 여야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흘러나온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방침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야당과 합의가 필요하다"며 거듭 선을 그은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최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방침을 공식화했고 기재부는 이틀 뒤 예고 없이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였다.
시행령 입법 예고는 야당에 사후 통보됐다. 정부가 불과 열흘 전까지 선행 조건으로 강조한 '여야 합의'는 아무런 공식 설명도 없이 배제됐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낸 최 후보자가 부총리로 지명되자마자 정부 방침이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에서 대통령실과 같은 '대주주 감세'로 급선회한 것이다.

◇ 부자 감세 논란 불가피…과세대상 '큰손' 1만3천명→4천100명 '뚝'
정부는 과세 대상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아치우는 행위를 줄이기 위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상향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연말 시점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양도차익에 세금을 내야 하는 '대주주'가 되는데 이때 투자자들이 '대주주'가 되지 않기 위해 연말 직전 일제히 주식을 팔았다가 연초 다시 매수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준 완화 혜택을 받는 대상이 손에 꼽히는 주식 '큰손'들이라는 점에서 부자 감세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도세를 낸 대주주들이 지난해 신고한 양도차익은 1인당 13억1천900만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상향하면 과세 대상 대주주는 1만3천368명에서 4천161명으로 68.9% 줄어든다. 앞으로 종목당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 9천200여명은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 수익을 내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부가 무리한 시행령 개정으로 대주주의 세금 부담 의무를 덜어주기 전에 먼저 대주주의 과세 회피 '꼼수'를 차단하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세 대상 대주주의 주식 보유액을 평가하는 기준을 더 촘촘하게 마련해 주식 매도·매집만으로 손쉽게 과세 기준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과세 기준에 미달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주식을 판 뒤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행위를 "경제 주체들의 합리적인 절세 전략"이라며 '꼼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로 연말 자본시장 변동성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전체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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