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일보다 먼저 '걸프 FTA' 뚫었다…에너지 안보 강화 기대(종합)

입력 2023-12-28 21:57   수정 2023-12-28 21:58

한국, 중일보다 먼저 '걸프 FTA' 뚫었다…에너지 안보 강화 기대(종합)
발효시 한국 89.9%, GCC 76.4% 관세 철폐…'제2 중동붐' 확산하나
자동차·기계·방산·식품·화장품 수출 도움…LNG·중유 도입 관세 철폐
영상·의료 등 서비스 시장도 열어…에너지·바이오 등 협력 강화도


(세종·서울·카이로=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김상훈 특파원 = 한국이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6개국 협력 기구인 걸프협력이사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중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 앞서 '오일 머니' 기반의 거대 GCC 시장과 FTA 체결에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자동차·방산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고,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 기반도 구축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산업부 장관 후보자)과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이 장관회담을 열고 한-GCC FTA 협상 최종 타결을 확인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GCC FTA가 발효되면 품목 수 기준 한국은 89.9%의 관세를, GCC는 76.4%의 관세를 철폐한다. GCC 측은 여기에 더해 4.1% 상품의 관세를 감축한다.
구체적으로 GCC 국가는 내연기관 자동차(5∼20년), 자동차 부품(10∼20년), 기계류(즉시∼20년), 무기류(즉시∼20년)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붙이던 5% 관세를 최장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무기류의 경우 로켓 발사기, 미사일, 탄약, 포, 전차·장갑차 등 대부분 제품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세계 무기 수입 상위 10개국 중 사우디가 2위, 카타르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동 국가들의 방산 수요가 높은 만큼 관세 철폐를 계기로 'K-방산'의 중동 수출 상승세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성장성이 높은 수출 유망 품목도 다수 관세 철폐 대상에 들어갔다.
소고기, 인삼류, 조미김 등 관세도 단계적으로 철폐돼 'K-컬처'를 타고 인기가 높아지는 'K-푸드'의 중동 수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피부·눈 메이크업 제품 등 대부분 화장품, 의약품, 의료용 기기도 관세 철폐 대상이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3% 관세, 15년 철폐)·액화석유가스(LPG·3% 관세, 5년 철폐), 중유·벙커C유 등 일부 석유제품(3∼8% 관세, 10∼15년 철폐), 알루미늄 제품(1∼8% 관세, 즉시∼15년 철폐) 등 GCC의 주력 수출품에 붙이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줄여 없앤다.
다만 양측 간 양허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장 수입이 많은 원유는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 중 10.2%에 해당하는 나프타는 FTA 발효 즉시 0.5%의 관세를 절반으로 줄인다.
우리나라의 작년 GCC 수입액 923억달러 중 대부분인 97%가 석유, 천연가스, 알루미늄 등 에너지 및 자원 품목이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크게 의존하는 GCC와 FTA를 체결해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 기반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주요 에너지·자원 품목 관세 철폐·인하가 이들 제품을 원자재로 활용하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GCC 농·축·수산물 중에서는 대추야자, 홍차 등 국내 생산이 없는 품목 관세를 철폐해 국내 시장 영향을 최소화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GCC 주요국의 영화·비디오 배급 서비스, 의료 서비스 등이 한국에 개방된다. 업무 목적의 GCC 국가 입국 및 체류 조건도 개선한다.
아울러 한-GCC FTA는 에너지·자원, 바이오 경제, 첨단산업, 스마트팜, 보건 산업, 시청각 서비스 등 6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별 부속서를 채택했다.



2008년 시작된 한-GCC FTA 협상은 2010년 중단된 뒤 장기간 진전이 없다가 12년 만인 지난해 재개됐다.
올해 한국과 GCC 주요국 간 활발한 정상 외교를 계기로 당국 간 협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최종 타결까지 이어졌다.
한-GCC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5번째 FTA다.
지난 10월 타결된 한-아랍에미리트(UAE)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이어 한-GCC FTA 협상 타결까지 이뤄지면서 우리나라의 핵심 교역 파트너 중 하나인 GCC와의 경제 협력이 강화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기준으로 GCC 6개국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9위 규모다. 한-GCC 간 교역액은 1천26억달러로 중국, 아세안, 미국, EU에 이어 우리의 5번째 교역 대상이다.

중동 시장을 놓고 경합 관계에 있는 주요국보다 먼저 FTA 타결에 성공한 것도 우리 기업에 당분간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GCC FTA로 거대 GCC 시장을 미국, EU, 중국, 일본과 비교해 선점하면서 신(新) 중동 붐을 확신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CC가 현재 FTA를 맺은 곳은 싱가포르와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4국이 참여한 유럽자유무역연합체(EFTA) 뿐이다. 영국, 중국, 일본은 GCC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안덕근 본부장은 "우리나라와 중동 간 협력 관계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GCC와 협력을 바탕으로 중동 전역과 인접한 아프리카 권역까지 산업 및 에너지·자원 협력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통상과 산업·에너지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FTA 체결 소식을 전하면서 "이는 걸프 경제 통합과 양자 간 경제·무역 협력을 위한 역사적 조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GCC 사무국도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9월 파키스탄과 예비 FTA를 맺은 뒤 올해 두번째로 GCC가 FTA에 서명했다"며 "양측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공통의 이해 속에서 5차에 걸친 협상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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