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 죽어가는데"…러 유명인사들 '반나체 파티' 여론 뭇매

입력 2023-12-28 16:56   수정 2023-12-29 11:38

"병사들 죽어가는데"…러 유명인사들 '반나체 파티' 여론 뭇매
참가 연예인들, 벌금형에 공연·방송 줄취소…주최자엔 집단소송 제기
"러 정치권, 전쟁에 지친 민심 표적 될 희생양 찾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전쟁 와중에 '반나체 파티'를 즐긴 러시아 유명 인사들이 정치권과 여론으로부터 거센 비난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의 블로거 겸 방송인 나스티야 이블리바는 이달 20일 모스크바의 한 클럽에서 '반나체'를 콘셉트로 내세운 파티를 열었다.
이 파티에는 러시아의 인기 가수 필립 키르코로프와 디마 빌란, 래퍼 바시오 등 유명 연예인과 방송인 등이 참석했다.
파티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선정적 옷차림의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소셜미디어(SNS)로 공유된 즉시 여론의 공분을 샀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친정부 성향 블로거와 정치인, 활동가들은 군인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거는 와중 유명 인사들이 이처럼 선정적인 파티를 즐겼다며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당국의 제재도 뒤따랐다.
맨몸에 긴 양말만 두른 채 파티에 참석한 래퍼 바시오는 풍기 문란 혐의로 15일간 구금된 데 이어 '비전통적인 성적 관계를 장려'했다는 죄로 20만 루블(한화 약 283만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일부 시민은 파티를 주최한 나스티야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자 후원단체인 '조국의 수호자 재단'에 10억 루블(약 140억원) 상당을 기부할 것을 요구하며 집단 소송까지 제기했다.
현재 이 소송에는 스무 명가량이 원고로 참여한 상황이라고 BBC는 전했다.
파티에 참석한 다른 유명 인사들도 예정된 콘서트가 취소되거나 광고 계약이 끊기는가 하면 오는 31일 방영될 예정이었던 새해 특집 프로그램의 사전 녹화분에서 출연분량이 편집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후폭풍이 커지자 일부 참가자들은 공개적으로 사과하거나 본인은 반나체 복장을 하지 않았다며 해명에 나섰다.
가수 필립 키르코로프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이 같은 행사에 참여해서 내가 예술가이자 시민으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러시아에서의 내 경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사과했다.
팝스타 디마 빌란은 "(파티에서) 나는 터틀넥에 커다란 트렌치코트와 바지를 입고 신발을 신고 있었다"면서 "나는 다른 참가자들이 무엇을 입고 올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파티 주최자인 나스티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러시아 국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호소하며 "만약 이에 대한 답이 '아니오'라면 나를 향한 대중의 처벌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부끄럽게 물러나진 않겠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유명 인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권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면서 지금껏 러시아 내에서 문제 없이 활동해 오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에 반대하던 인사들은 대부분 러시아를 떠났다. 이후 러시아 대중의 비난 여론은 이렇게 출국한 유명인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여왔으나 이번 논란은 그런 흐름에 변화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고 BBC는 짚었다.
BBC의 스티브 로젠버그 러시아 에디터는 "러시아의 정치 체제가 갈수록 희생양에 기대는 것처럼 보인다"며 "국내외적 문제들과 관련해 지적하고 탓할 그룹이나 개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이 그 희생양이었으나 이제 몇몇 러시아의 유명 인사들도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망명한 야권 운동가인 막심 카츠는 SNS 게시글에서 이번 사태를 두고 "과거에는 이번 파티 참석자들과 같은 사람들에 대해 '국가에 충성하는 한 원하는 건 뭐든 해도 된다'는 식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러시아인의) 삶은 더 이상 파티가 아니다.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에선 경솔하게 파티를 열 수 없다"고 적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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