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자욱해도 지시 따랐다…외신도 놀란 '하네다 공항의 기적'

입력 2024-01-04 10:34   수정 2024-01-04 11:21

연기 자욱해도 지시 따랐다…외신도 놀란 '하네다 공항의 기적'
NYT·CNN "탈출의 교과서"…18분 화염 견딘 최신 동체도 조명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지난 2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발생한 아찔한 여객기 화재에도 승객 전원이 무사 대피한 것을 두고 주요 외신은 "탈출의 교과서"라고 평가하며 비결을 집중 조명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3일자 도쿄발 기사에서 당시 일본항공(JAL) 화재 순간과 대피 상황을 짚어보면서 "숙련된 승무원, 최신 기체에 더해 승객 367명의 안전한 탈출로 상대적으로 패닉이 없었다"고 짚었다.
사고 여객기인 JAL 516편은 착륙 직후 충돌로 불이 붙은 채 활주로에서 멈춰서면서 기내에는 이미 연기가 자욱했다는 게 승객들의 전언이다.
겁에 질린 한 어린이가 "제발 빨리 나가게 해주세요"라고 소리치긴 했으나 이마저도 정중한 표현을 사용했으며, 나머지 승객은 대체로 차분하고 침착한 상태로 승무원의 지시를 따랐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 승객은 특히 "짐을 버리세요"라고 소리치는 승무원들의 육성 지시를 대부분 지켰으며, 이에 따라 휴대전화 정도만 손에 든 채 승무원들이 안내하는 출구 3곳의 비상 슬라이드를 타고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다는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온 17세 승객은 "승무원들은 매우 능숙했으나 눈빛에서는 두려움이 느껴졌다"면서 "하지만 아무도 '나부터 살겠다'고 앞질러 가지 않았다. 모두 지시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승객들은 대체로 큰 부상 없이 탈출에 성공했고, 일부만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날 조종간을 잡은 기장이 비행 이력 1만2천 시간에 달하는 베테랑인 것을 포함해 승무원 12명이 비상 상황에 숙련돼있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이번 '하네다 공항의 기적'은 알고 보면 약 40년 전 일본항공이 낳은 대참사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항공은 1985년 8월 12일 도쿄발 오사카행 보잉 여객기 추락 사고로 승객 524명 중 520명이 숨진 최악의 비극을 불렀다.
이후 일본항공은 비상 대피 등으로 철저하게 승무원 교육을 의무화했으며, 이에 따라 이번 하네다 공항 사고에서 '탈출의 교과서'가 됐다는 게 미 CNN방송의 진단이다.
CNN은 그러면서 "이번 사고에서 승무원 대부분이 약 40년 전인 1985년 사고를 직접적으로 본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이들의 피로 쓴 안전 규정이 생명을 구했다"고 짚었다.
유럽 한 항공사 기장 또한 "극한의 상황에서 기장, 승무원, 승객이 보여준 '탈출의 교과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비행기가 약 18분간 화염을 견뎌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비행기는 착륙 시점인 2일 오후 5시 47분부터 마지막 인원이 탈출한 오후 6시 5분까지 18분간 엔진에서 터져나오는 불길을 견뎌냈다는 게 일본항공 설명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항공우주 설계 전문가인 소냐 브라운은 엔진 주변 방화벽, 연료 탱크의 연소 방지 질소 펌프, 기내 좌석과 바닥에 쓰인 내화성 소재 등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 비행기는 2년 된 에어버스 A350-900 기종이다.
브라운은 그러면서도 "일본항공 승무원이 최대치로 역량을 발취했다"고 평가하고, 승객들이 짐을 찾는 데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매우 치명적인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브라운은 덧붙였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번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3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고는 승객과 승무원 379명을 태우고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서 이륙한 JAL 여객기가 하네다 공항에 착륙한 직후 활주로에 있던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탔던 6명 중에서는 5명이 숨졌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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