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강진에 병원마저 올스톱 "언제 정상운영될 수 있을지…"

입력 2024-01-04 14:51  

[르포] 日강진에 병원마저 올스톱 "언제 정상운영될 수 있을지…"
최대 '진도 7' 강타 시카마치 공립병원엔 강진에 천장 무너져 복도엔 잔해 더미만
의료기기 대부분 파손돼 운영 재개 불투명…응급환자는 80㎞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



(시카마치<일본>=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괴멸적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병원이 언제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예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지난 1일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은 재해 현장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병원에도 치명타를 안겼다.
기자는 지진 발생 사흘이 흐른 4일 오전 노토반도 중앙에 자리 잡은 이시카와현 시카마치(志賀町)의 도기(富?)병원을 찾았다.
직원 안내를 받아 병원 2층에 올라가자 처참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강진의 직격탄을 맞은 도기병원 2층은 흡사 전쟁 중 폭탄이 떨어진 건물 내부 모습과 닮아 있었다.
병실 복도의 천정에 있는 형광등과 패널이 통째로 바닥에 떨어지고 깨져 있었다.
환자가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겨 병상도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병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는 이불만이 이곳에 환자가 머물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낮인데도 복도에 조명 하나 켤 수 없는 상황이라 마치 깜깜한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노토반도 중앙에 자리 잡은 인구 1만7천여명의 작은 해안가 마을인 시카마치는 강진이 발생한 당일 일본 전국에서 가장 강한 '진도' 7이 유일하게 관측된 지역이다.
도기병원은 시카마치 공립병원으로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지역 의료 인프라의 핵심 시설이다.
하지만 지진으로 병원 건물이 크게 파괴되고 의료기기가 대부분 손상돼 정상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가사하라 마사노리 사무장은 기자에게 "지진으로 정밀 의료기기가 넘어지거나 떨어져서 거의 다 파손됐다"면서 "X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기기 등 일부를 제외하고 80% 이상 못 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사하라 사무장은 "의료기기가 거의 다 파괴되면서 언제 다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본 기상청은 시카마치를 강타한 진도 7에 대해 몸이 내동댕이쳐질 수 있으며 고정하지 않은 가구는 거의 모두가 옆으로 움직이거나 넘어지고 내동댕이쳐지기도 하는 흔들림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강한 진동으로 의료기기는 대부분 못 쓰게 됐고 수술실 등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도기병원은 일반 병상 60개와 요양시설 병상 34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지진 뒤 일부 요양시설 환자를 제외하고는 지진 이튿날인 2일 모두 다른 지역 병원으로 옮겼다.
간호사 사카이 유키나 씨는 "병원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거의 없다"면서 "일부 응급환자와 약을 타러 오는 환자 정도"라고 했다.
도기병원이 운영 불가 상태를 맞으면서 이번 지진으로 이 지역에서 발생한 1명의 사망자와 50여명의 응급환자도 멀게는 80㎞가량 떨어진 가나자와(金?)시까시 이송됐다.
지진 이후 지속해 발생하는 환자들도 간단한 치료를 제외하고는 응급차로 수십㎞ 떨어진 다른 지역 병원으로 가고 있는 형편이다.



병원은 지진 발생 당일에는 의료시설이 아니라 피난시설 역할을 했다.
일본 기상청은 1일 강진 후 노토반도 지역에 최고 높이 5m의 쓰나미 발생이 예상된다며 '대형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도기병원은 바다와 200m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병원과 지역 주민들은 쓰나미 공포에도 떨었다고 한다.
가사하라 사무장은 "쓰나미 경보가 내려지면서 병원 주변 마을 주민들이 피난하러 와 병원 2층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쓰나미 높이가 수십㎝에 그치면서 지진만큼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 정도로 이번에 노토반도를 강타한 강진이 남긴 상흔은 깊고도 넓었다.



sungjin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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